국민의힘 전대 '계파 논쟁' 격화...진흙탕 싸움 우려
2021.05.26 17:41
수정 : 2021.05.26 17:41기사원문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이(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주축인 국민통합연대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관련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 문서를 전국 시·도본부 대표에게 전달했다.
주호영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특임장관, 조해진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비서관과 대통령 후보 시절 공보특보 등을 역임하며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정미경 후보도 친이계로 분류되며, 배현진 후보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이 고문과 문서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해당 문건이 자신들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권주자들이 이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논쟁은 격화됐다.
먼저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며 이른바 '유승민계'로 불리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 등을 직격했다.
나 전 의원은 "후보 단일화는 필수 조건이고, 그 과정에서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그러기에 차기 당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립성, 공정성이 요구된다. 특정 계파에 속해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준석 전 위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박근혜)계'의 전폭지원을 받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거 같다"며 "여기저기서 막판에 계파주의에 몰두하는 거 같다. 저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후보들이 '이것이 척결해야 할 구태다'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를 꺼내 후배들을 공격하고서 용광로 정치가 가능하겠나"라며 "계파정치 주장은 이제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 두려움이 만든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김은혜 의원도 "미래로 가자면서 낡은 편가르기, 갈라치기 정치,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는 민주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며 "난데없는 계파 폭탄, 저의가 의심된다"고 날을 세웠다.
후보간 신경전 격화에 당내에서는 '자해행위'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상대 후보를 특정 계파와 연관짓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변화와 혁신의 전당대회에 특정계파 프레임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계파논쟁 자체가 계파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은혜 후보가 MB 청와대 대변인이어서 친이인가, 김웅 후보가 새로운 보수당으로 영입돼서 또 이준석 후보가 바른정당 최고위원이어서 유승민 계파인가"라며 "그럼 조경태 후보는 민주당에서 오셔서 '친노(노무현)'가 되나. 주호영 후보가 이명박 정부 정무장관 출신이면 친이 후원을 받는 건가. 나경원 후보가 황교안 대표와 투톱을 했다는 이유로 '친황(황교안)'이 아닌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계파는 우리 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논쟁을 불 지피고 계파 프레임으로 화답해서는 그건 경륜도 아니고 패기도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