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에 무너진 ‘中 반도체 굴기’ "파이 키울 기회" 韓 반사이익 기대
2021.05.26 18:25
수정 : 2021.05.26 18:25기사원문
당초 2020년까지 자급률 40%를 목표로 했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견제로 사실상 실패했다. 오는 2025년까지 자급률 70% 목표도 이미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中 반도체 자급률 27% 불과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지만 중국 영토 내에서 생산되는 비중은 16%에 그치고 있다.
지리적 기준으로 봤을 때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브랜드별 국적을 기준으로 하면 자급률은 훨씬 낮아진다. 전 세계에서 중국 칩 브랜드가 차지하는 생산 비중은 5%이며 자급률은 고작 15% 남짓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볼 때 이 같은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2025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내 TSMC(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해외기업의 매출까지 포함한 수치로 실질적인 자급률은 10% 수준으로 예상된다.
■美 견제에 '반도체 굴기' 좌절
중국 반도체 산업의 목줄을 쥔 미국과 무역전쟁을 지속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고꾸라졌다.
미국은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코어 지적자산(IP),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중국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들 영역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70~90%대에 달해 미국을 거치지 않고선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를 통한 중국의 우회 성장도 막고 있다. 굴기 선언 이후 중국은 엑시트론, 루미레즈, 래티스 등 주로 유럽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았지만 번번이 미국 투자심의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을 냉정하게 고려할 때 시진핑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꿈은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요하게 볼 수 있는 포인트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다. 미국의 팹리스(설계업체) 점유율은 64%에 이르지만,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9% 정도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을 대만과 한국에 대부분 의지하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자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5위, 5%) 육성으로 그나마 굴기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원은 "대만과 한국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64%, 17%로 미국과 합하게 되면 90%에 이른다"면서 "반도체 제조부문에서 한·미·대만 연합이 강화되면 중국 반도체의 부상을 저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만은 한국보다 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며 "대만이 반도체를 지렛대로 활용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고 있는 점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