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코로나 격무에 숨진 간호공무원 연신 사과만 했다

      2021.05.27 05:20   수정 : 2021.05.27 10:05기사원문

"샘들께 먼저 의논하는 게 맞는 건데 제가 진짜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 했네요."

"네. 죄송합니다.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습니다. 더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습니다.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 한 간호직 공무원이 숨지기 전날 이처럼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호소하며 동료와 대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27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씨는 지난 22일부터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동료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이씨 유족 측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유하면서 이씨가 해당 보건소로부터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의 한 병원을 관리했다.

이씨는 지난 22일 오전 8시 19분 동료 2명과 대화를 하면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어제 오전에 (코호트 격리된) A병원을 다녀와서 넘 마음에 부담이 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C선생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씨는 상사와의 대화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씨 상사는 이씨에게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 이씨를 다독였다. 다만 "어쨌든 중간에 시작했는데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간부는 "평소 이씨가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잘 모르는 직원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어쨌든 잘 부탁합니다"고 적었다.

이에 이씨는 자신을 질책하면서 상사에게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은 보건소가 이씨에게 순서가 아닌데도 일을 떠맡겼다고 주장한다.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병원을 담당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이씨가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포털사이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봤다고 한다. 또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글도 수차례 찾아봤다고 한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해당 직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과 연관된 업무를 해 담당하게 된 거로 안다"며 "본래 담당 업무가 있지만 간호직 공무원이라 역학조사 등 업무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충을 미리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보건소 내 분위기도 좋았던 터라 직원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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