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여고생 사망사건 '이송 묵살' 원장은 처벌無

      2021.05.27 14:07   수정 : 2021.05.27 14: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3년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사망한 여고생 사건과 관련해 7년 만에 업무상과실치사 고발이 이뤄졌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발인은 당시 병원 원장과 의사들이 공모해 위급한 상황에 있던 환자를 상급의료기관으로 제때 이송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지만 경찰은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법정에서 환자 이송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으나 경찰은 추가로 수사할 가치가 없다고 봤다.

<본지 2020년 9월 26일. ‘[단독] 7년만의 형사고발, 삼척 여고생 사망사건’ 참조>

■삼척 여고생 사망사건, 당시 원장 처벌無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난달 그랜드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와 마취과의사 김모씨, 봉합술을 시행한 윤모씨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불송치결정문에서 경찰은 △유씨와 김씨가 이미 해당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들의 행위로 사망한 환자의 전원조치가 지연되거나 상태가 악화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있으며 △검찰 역시 김씨의 응급조치를 문제삼지 않고 혐의없음 처분을 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피의자 모두 증거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며 사건을 자체 종결처리했다.

유씨의 허위진료기록부 작성 교사 혐의는 공소시효 5년이 지났으므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사건은 지난 2013년 12월 9일 발생했다.
강원도 삼척 소재 여고 3학년 장모양(당시 19세)이 그랜드성형외과를 찾아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던 중 중태에 빠져 끝내 숨진 것이다. 쌍꺼풀과 코 수술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흔치 않은 데다, 삼척에서 장양의 친구들이 단체로 올라와 상경시위를 벌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고발장에 따르면 당시 장양의 코수술을 한 집도의 조모씨는 2시간여가 지나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꺼진 것을 발견하고 마취과의사 김씨를 불러 장치를 연결했다. 이후 심폐소생술과 기도삽관 조치로 장양의 호흡과 맥박, 혈압 등 생체징후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김씨는 환자를 깨워 상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대신 처음 투여됐던 마취제 프로포폴보다 더 강한 세보플루란을 투여했다. 수술 중 심정지가 온 환자에게 마취제를 추가 투여해 사실상 수술을 강행하려 한 것이다. 결국 장양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장양은 이후 1년 여 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 등을 전전하다 끝내 숨졌다.

고발장엔 장양 이송을 앞두고 유 전 원장이 조씨에게 이송지연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이 사건 고발인이기도 한 김선웅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 공판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집도의 조씨는 ‘환자였던 장양이 깨어나지 못해 위급한 상황임에도 당시 원장 유씨가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1시간가량 지연시켰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조씨는 “저는 전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증언했고 “병원장이 건의를 묵살했나”라는 재판장의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조씨는 유 전 원장이 119 신고 1시간 전에 환자가 깨어났던 것처럼 기록지 작성을 조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증언으로 김 대표는 ‘2006년 이후 ㄱ성형외과에서 5~10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유령수술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무과실 마취사고로 조작한다’는 등의 내용을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에 게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불송치 결정 근거된 검찰, 부실수사 논란
이번 불송치 결정으로 지난 2014년 있었던 검찰의 불기소 결정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유씨와 마취의 김씨가 같은 사건 같은 혐의로 처음 고발되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이후 별개 사건에서 집도의 조씨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증언했으나 당시 검찰 수사에선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 초동수사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집도의의 구체적 증언에도 유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유씨는 장양 사망사건과 별개로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환자 33명에게 직접 수술할 것처럼 속인 뒤 환자가 마취되면 치과의사 등에게 대신 수술을 하도록 한 혐의(사기)로 기소돼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상해 등의 혐의가 아닌 단순 사기죄를 적용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 일부가 유씨에게 사기가 아닌 살인미수와 중상해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재고소가 이뤄졌으나 강남서는 지난 3월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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