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훌쩍 넘겨서야 귀가하는 납치·실종 中아동들
2021.05.28 15:24
수정 : 2021.05.28 17:04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어린 시절 납치·실종됐다가 20여년이 지난 후 부모나 친인척과 상봉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매년 수만명씩 발생하는 아동 유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전국적인 작전을 벌이고 있다.
28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후베이성 이창의 공안국에서 45세의 한 여성이 한 청년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터트렸다.
이 남성은 23년 전 실종됐던 그녀의 아들 A씨. 당시는 붉은 벽돌 단층집에 살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봄날 세 살배기 아들이 집 앞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여성은 이창에 거주하는 모든 친척과 친구를 동원해 아들을 찾아 다녔지만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아들이 실종된 후 매일 눈물로 지새우며 관할 공안국 지구대를 찾는 일은 일상화됐다.
이창 우자강구 공안지국은 2016년에 여성의 DNA 샘플을 채취했고 올해 1월부턴 공안국은 전국 공안 기관을 조직해 납치·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이른바 ‘재회작전’을 시작했다.
우자강구 공안은 A씨를 우선 수색 대상 명단에 올렸다. 동시에 공안은 다른 지방에 있는 A씨의 아버지를 찾아 역시 DNA 샘플 자료를 가져왔고 실종자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다.
올해 4월 후베이성 공안부와 이창시 공안국 범죄수사단의 지원을 받아 DNA 비교 결과 허난성의 ‘우’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A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허난성에 거주하지만 광둥성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공안국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방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양아버지는 벽돌공장에서 일할 때 ‘아이가 병에 걸려 못 살 것 같다’는 한 직원의 얘기를 듣고 A씨를 데려가 키웠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A씨는 20년이 넘게 양부모와 살면서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경찰은 A씨가 어떻게 허난성까지 가게 됐는지 여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이보다 하루 전인 26일 쓰촨성의 시골 마을에선 주민들이 모두 나와 한 청년을 맞이했다. 주인공은 1995년 이 마을에서 태어난 B씨. 그는 2000년 11월 야채 시장에서 할아버지와 놀다가 납치돼 푸젠성으로 팔려갔고 21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B씨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 살고 있는 부모와 친자식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는 납치된 후 본명도 잃어버린 채 살았다.
그 즈음 B씨와 393km 이상 떨어진 쓰촨성 고향에선 아들을 찾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부모들은 지역 공안에 신고한 뒤 실종자 포스터를 만들어 곳곳에 붙였고 인터넷 실종자 찾기 사이트 등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역시 20여년을 가슴앓이를 하며 보낼 뿐이었다. B씨의 행방은커녕 관련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희망의 끈이 다시 연결된 것은 올해부터 착수한 납치·실종 아동을 찾기다. 공안 경찰은 실무자 파견과 기술적 수단을 통해 푸젠성의 한 청년이 B씨라는 것을 찾아냈다.
마을 사람들이 이날 모인 것은 B씨를 친인척으로 인정하고 환영하기 위해서다. 마을 어귀에는 B씨의 귀가를 반기는 현수막이 걸렸고 폭죽도 터졌다. 지방 정부는 B씨에게 2000위안의 생활비도 지원했다. 이 지역 공안국이 B씨 외에도 찾아낸 납치 아동은 현재까지만 5명이다. 중국에선 매년 수만명의 아동 실종신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촨성 루저우시 구린현에선 건장한 20대 청년 두 명이 가족들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C씨와 D씨는 형제다. 이들은 각각 9세와 7세일 때 집 근처에서 실종된 후 29년만에 귀가했다. 그들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아들을 찾아 헤맸고 아버지는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 형제도 DNA 샘플 분석을 토대로 가족과 재회할 수 있었다고 루저우일보는 전했다.
루저우일보는 "재회작전은 누적된 아동 납치사건을 적발하고 납치 용의자를 체포하며 실종·납치된 아동을 찾는 공안부의 특수 작전"이라며 "지금까지 23명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