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개물림 사고… "현행법으론 못 막는다"

      2021.05.30 17:43   수정 : 2021.05.30 17:43기사원문
최근 개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행 동물보호법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 동물보호법상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 견종이 잇따라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관련 법안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형법상 견주를 형사 고소하는 방법 이외에도 피해자는 견주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법 제759조에서는 동물 점유자의 책임 규정이 있어, 견주가 주의를 하지 않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산책하던 50대 여성을 숨지게 한 개는 몸집 크기가 1.5m에 달하는 대형견이나, 동물보호법상 '맹견'에 포함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상 맹견의 범위는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등으로 제한된다. 이들 견종은 현행법에 따라 월령 3개월 이상일 경우 목줄과 입마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을 숨지게 한 1.5m 크기 대형견의 견종을 두고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다는 소견을 냈다. 다시 말해 '맹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들 견종들은 목줄이나 입마개 의무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동물보호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앞서 지난 2017년에도 연예인 A씨가 키우던 프렌치 불독이 사람을 물어 숨지게 했으나 사인이 개물림 때문인지 규명되지 못해 과태료 5만원 처분받기도 했다.

이에 입마개와 목줄의 의무 범주를 확대해야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한적인 맹견의 범위를 넓혀 품종이 아닌 일정 체급 이상은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토록 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 건수는 1만1152건으로, 연간 2000건을 상회한다. 다만 실제 개에 물린 대상이 또 다른 개이거나,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경우까지 더하면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개물림 사고 건수는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속초시에서는 목줄이 풀린 푸들 견종 2마리가 산책을 하던 웰시코기를 물어 상처를 입힌 사례가 발생했다. 웰시코기 견주 김모씨(24)는 아파트 단지에서 갑자기 달려든 개들의 공격을 막다가 팔 부위 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해당 푸들 견주는 목줄을 한 개들을 잡지않고 아파트 화단에서 개인 작물을 돌보던 중으로, 과거에도 경비원을 비롯해 아이들까지 개물림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사고 직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견주에 경고조치 이외 할 수 없다고 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했지만 목줄을 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고를 접수한 속초시는 "강원도청과 타 시 등에 공문을 보내 목줄을 했지만 상해를 입힌 개에 대한 처벌 사례를 찾아봤으나 이 같은 사례를 처분한 판례가 없어 처분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3조 '등록대상동물의 관리 등'에 따르면 견주는 동물 동반 외출 시 목줄 등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다만 견주가 방관 또는 방치한 상태에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조항은 없어 목줄만 하고 있을 경우 처분 대상에서는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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