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에 "역겹다" 北 원색 비난에도 정부 "신중하게 지켜볼 것"
2021.05.31 14:01
수정 : 2021.05.31 14:01기사원문
미국을 집중 저격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미사일 지침 저격한 北 "강대강 선대선 원칙 따라 대응"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명철 국제문제 평론가의 글을 통해 한국 미사일 지침 해제를 강도 높게 비판, 미국을 향해 분명한 경고의 뜻을 전했다. 통신은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로 남조선이 우리 공화국은 물론 주변국들도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의 고의적인 적대행위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 저격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979년 이후 42년 만에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며 한미 간 신뢰와 한미동맹의 굳건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 또한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상징적, 실질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지침 해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라고 규정, '강대강 선대선' 원칙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대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천명했다. 미국이 적대 정책을 철회한 후에 북한도 대화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지침 해제를 두고 통신은 "미국이 매달리고 있는 대북 적대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추구하는 침략 야망을 명백하게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방위력 강화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미국의 '先 적대 정책 철회'를 강조하며, 적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시 북한이 '자위력 강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이중언행'을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중심'의 대북정책 기조를 밝혔지만, 미사일 지침 해제는 이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통신은 이와 관련 "(미국은)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 미사일 개발을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해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북 정책 기조들이 권모술수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 격화가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文 대통령 "역겹다" 비난에도..정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
아울러 통신은 문 대통령을 향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역겹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 친 남조선 당국자(문 대통령)의 행동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을 저질러 놓고 죄 의식으로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엿보는 그 비루한 꼴이 역겹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인 명의의 글인 만큼 정부가 직접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외무성 당국자, 노동당 고위 당국자 성명이 아닌 평론가 명의의 글인 만큼 수위를 낮췄다는 것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추진하는 정부로서는 모처럼 대화 재개 모멘텀이 마련된 만큼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논평에 대해 "공식적 논평은 아니다.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