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닮은꼴’ 널뛰는 스팩주… "실체 없어 폭탄돌리기 경계"
2021.06.01 19:23
수정 : 2021.06.01 19:23기사원문
"사실 일종의 폭탄 돌리기였다.
1일 증시에서 최근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했던 스팩주가 급락하자 제기된 금융투자업계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스팩주가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M&A) 등 미래가치를 반영한 가치투자로 접근하는 이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한 주간(5월 24~28일) 56개 스팩종목 중 무려 14개가 한국거래소 투자주의 종목에 올랐다. 같은 기간 투자경고 목록에 오른 21개 종목 가운데 3개가 스팩주였으며 삼성스팩4호와 삼성스팩2호는 투자경고 종목 지정에도 급등세를 보여 1일 거래정지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주의 종목에 오른 스팩주 가운데 단일계좌거래량 증가로 지정된 종목이 대다수인 것을 보면 소수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스팩주는 유통물량이 적고, 시가총액도 작기 때문에 시세조작의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는 우량기업과 합병 소식이 있을 때다.
삼성스팩2호는 지난달 메타버스 관련기업 엔피와 합병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5월 한 달에만 무려 293.60% 상승했다. 삼성스팩2호의 성공 소식에 지난달 신규 상장한 삼성스팩4호도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5월 한 달간 상승률은 405%에 달한다.
다만 최근에는 합병대상도 정해지지 않은 스팩주들도 기준가와 비교해 지나치게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팩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 사이에 가격변동에 대한 정보가 돌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 같다"며 "풍부한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벌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 역시 "합병이 공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유 없이 오르는 경우 무작정 따라가는 건 좋은 투자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스팩 열풍이 불었던 미국에서는 거품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종합서비스 플랫폼 프루팅의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스팩 및 스팩 상장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SPAK은 최근 3개월 동안 28.1% 빠졌고, 올해 1월 말 상장한 스팩 ETF인 SPXZ는 30% 하락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 상장한 기술 스타트업 44곳의 주가는 상장 이후 17일까지 평균 12.6% 하락했다. 지난해 스팩 상장한 기업의 절반이 실적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42%는 상장 첫해 매출이 직전 연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 등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성사된 146건의 스팩 합병기업 중 60%가 스팩의 상장가격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