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평판은 이제 필수 사항"

      2021.06.06 06:18   수정 : 2021.06.06 06: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업 평판이 '선택사항'이던 시기는 지났다. 환경, 기업 지배구조 등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야 좋은 실적과 주가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이하 현지시간) 환경·사회적 책임·기업지배 구조(ESG)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기업이 앞서 나간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석유메이저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 위력을 나타냈다.

주주들은 엑손모빌의 기후변화 정책을 비판한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을 대폭 지지했고, 이 헤지펀드가 지명한 이사 2명을 이사회에 앉혔다.


3번째 이사 역시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인물이 자리를 꿰찰 전망이다.

특히 엔진넘버원은 지분 비중이 0.02%에 불과한데다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발벗고 나서 주주들에게 자신들을 지지할 것을 독려하고 나섰던 터라 이같은 이사진 교체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이례적인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WSJ은 그러나 수년간에 걸친 ESG 흐름이 이번 엑손모빌 주총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면서 이같은 흐름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ESG가 앞으로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고, 이제 기업들도 단순히 재무실적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기업들도 이같은 소비자, 투자자들의 흐름을 간파하고 이에 호응하고 있다.

금융리서치 업체 센티오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들이 공개한 보도자료 가운데 ESG 원칙에 대해 언급한 것이 610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폭증했다.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 등으로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 이를 반길 소비자는 없고, 이로 인해 마진이 줄면 투자자들도 반기지 않을 것우로 보이지만 기업 경영진은 ESG로 입장을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원하는 소비자,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로비언트 사이언시스 회장인 비벡 라마스워미는 "제품의 가치는 그동안 제품이 얼마나 잘 기능하냐로 매겨졌지만 지금은 그 제품의 기원까지 가치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얼마나 잘 기능하느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료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제조과정에서 공해배출은 어땠는지, 노동문제는 어떤지 등 제품을 만드는 과정 전체에 대해 소비자들이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일부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도 그가 기후위기에 싸우는 개성 강한 CEO의 페르소나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주가에도 ESG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주가를 좌우하는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고려해 ESG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ESG는 좋은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ESG를 내세운 펀드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더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WSJ은 하루 아침에 기업 문화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기업들의 ESG 변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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