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미안하다 고맙다’ 대신 ‘0000 000’···조롱일까 억측일까
2021.06.06 12:13
수정 : 2021.06.08 09: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안하다, 고맙다’→ ‘sorry and thank you’→ ‘0000 00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음식 사진과 함께 10여일 간 인스타그램에서 쓴 표현의 변화 과정이다. 당초 이틀에 걸쳐 우럭과 가재 사진을 올리며 ‘잘 가라, 미안하다 고맙다’고 글을 적어 입방아에 오른 후 영어로 같은 뜻을 전달했다가 급기야 글자 자리를 공백으로 남겨둔 것이다. 표현을 바꾸며 논란 자체를 인식하는 모습은 내비쳤지만, 뜻을 굽힐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가재와 생선 요리 사진을 올리며 “오늘도 보내는 그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0000 000”라고 적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글자 수와 동일하게 공백 처리함으로써 앞서 제기된 지적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부회장은 소고기 사진과 함께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라고 하는가 하면, 닭새우 사진에는 “너희 희생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또 지난달 25일과 26일 연이어 우럭과 가재 사진을 올리며 “잘가라 우럭아 네가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 “가재야 잘 가라 미안하다 고맙다”고 쓴 바 있다.
이에 해당 문구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문구를 비꼬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이에 앞서 2016년 팽목항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적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에서 희생자들은 조롱할 때 해당 추모 글을 차용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들어 불순한 의도가 담긴 SNS 행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확대해석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별다른 의미 없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데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며 억측을 경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