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조건부 인수승인' 뒤돌아보니…플랫폼산업 이해 없었다

      2021.06.06 17:55   수정 : 2021.06.06 19:36기사원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후발주자였던 '쿠팡이츠'의 시장경쟁력을 간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기존에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통해 운영해온 '요기요(배달통)'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고 조건부 승인을 해줬다. 배민과 요기요 결합시 독과점이 우려되는 반면, 쿠팡이츠 시장경쟁압력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서울 및 경기일부에서 해온 '한집배달(묶음배달과 달리 한 번에 한 주문만 단건배달)'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배민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배민은 이달부터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배민원)'을 출시키로 하는 등 공정위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
즉, 플랫폼 산업은 빠르게 경쟁 양상이 변화하는 만큼 섣불리 플랫폼 시장 변화를 예단한 뒤,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강지원 입법조사관(미국변호사)이 '플랫폼 인수합병(M&A)과 독과점 : 배달앱 기업결합 사건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기업결합 사건에서 오프라인 서비스의 경쟁압력에 대한 상세한 고려가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강지원 입법조사관은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돼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경쟁 배달앱의 확장 가능성 등 외부적 경쟁압력이 크다면 독점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완화하는 요인의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 한집 배달 등 신속한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단기간 약진한 쿠팡이츠가 미치는 경쟁압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이번 사건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 입법조사관은 공정위가 2가지 관점에서 쿠팡이츠의 시장경쟁 압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고 전했다.

당시 공정위는 서울 및 경기 일부에서 소비자나 음식점들이 쿠팡이츠를 요기요대신 2순위로 선택하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요기요에 이은 3순위인 경우가 다수라고 봤다.

공정위는 인건비 등 높은 비용을 감수하는 쿠팡이츠의 한집배달 모델이 전국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후, 반년도 흐르지 않은 지금 단건배달은 업계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았다.
이에 우아한형제들도 단건배달 모델인 '배민1 서비스'를 내놓고, 참여할 음식점주를 모으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 혜택까지 내건 상황이다.

강 입법조사관은 "공정위는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고객 선점을 위해 쿠팡이츠가 고수해 온 단건배달(1주문 1배달)이 전국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공정위 결정 이후 6개월이 경과한 현재 쿠팡이츠는 주요 광역시와 강원·전라·제주 등에 진출하는 등 전국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경쟁 양상이 변화하는 플랫폼 산업에서 점유율이 높은 독과점 사업자라도 혁신적 사업모델에 따라 후발주자에 단기간 내 추격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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