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범정부 차원서 대처하길

      2021.06.06 18:00   수정 : 2021.06.06 18:02기사원문
정부가 동유럽 체코의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체코는 남동부 두코바니에 원전 1기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를 두고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3파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바라카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10년 넘게 해외에서 원전 건설계약을 추가로 딴 실적은 없다.
체코 원전은 한국이 메이저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좋은 기회다.

문재인정부는 국내에선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중이다. 하지만 수출 노력은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체코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를 만나 원전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지난달엔 박병석 국회의장이 체코 대통령·총리·상원의장 등을 두루 만나 원전사업에 대한 한국의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를 두고 국내는 탈원전, 해외는 원전 수출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국내 원전은 현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된다. 또 다음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따라서 지금은 수출을 통해 원전 기술력을 갈고 닦는 노력이 한층 더 중요하다.

일단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 독자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는 원전 해외수출 공조에 합의했다. 그 정신은 살려나가되 발주국 체코의 입장을 고려하는 게 우선이다. 체코 눈으로 보면 비용, 기술이전 측면에서 한·미·프랑스 3국 간 경쟁구도가 유리하다. 한·미 공조는 낙찰 뒤에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수주여건은 만만치 않다. 사실 원전 수주는 그 자체가 전략게임 양상을 띤다. 체코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 체코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EU 내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경력이 있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공사기간도 엄격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체코 입장에선 강대국 미국·프랑스에 비해 한국이 다루기 쉬운 상대라는 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기조 속에서도 원전 수출엔 꾸준히 의지를 보였다. 이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체코는 내년에 원전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UAE 원전 수주 때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국익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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