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이 고래를 위협하고 있다
2021.06.07 06:07
수정 : 2021.06.07 09:42기사원문
고래는 대부분 불법 포획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여러종의 고래 개체수는 여전히 예전보다 훨씬 적다. 지난 3일 국제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된 한 연구는 더 적은 개체수 외에도 살아남은 고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증거로 연구진은 오늘날 북대서양에 살고 있는 긴수염고래가 30~40년 전에 태어난 고래보다 훨씬 더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졸라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조슈아 스튜어트 박사는 "오늘날 태어난 북대서양 긴수염고래는 평균적으로 1980년에 태어난 고래보다 길이가 1m 정도 더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평균 길이가 약 7% 줄었음을 나타낸다. 스튜어트 박사는 "하지만 이는 평균에 불과하며, 어린 북대서양 긴수염고래들이 예상보다 몇 미터나 더 짧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 긴수염고래는 몸길이가 14~17m이며 몸무게는 39~70t에 이른다. 이 고래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튜어트 박사는 "한 개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은 주로 우리가 많이 먹는 물고기에서 기록되고 있지만, 이처럼 대형 포유류에서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NOAA,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 오리건주립대학교, 그리고 우즈홀 해양연구소가 함께 진행했다. 연구진은 크기 뿐만아니라 북대서양 긴수염고래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기록하려 했다. 연구진은 20년간 항공기와 드론으로 수집한 항공 사진 측정법을 이용해 북대서양 긴수염고래의 몸길이 변화를 살펴봤다.
스튜어트 박사는 "어구에 얽힌 고래는 불행하게도 매우 흔하다"며 "어구들이 얽히고 부상당한 고래는 지난 수십년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긴수염고래가 몸에 얽히 어구를 끄는데 힘을 많이 쓰는 바람에 성장이나 번식을 위한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어구에 얽힌게 고래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긴수염고래가 성장하는데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고래들의 성장이 지연되면 번식이 힘들어지고 생명을 위협하는 장비들이 얽힐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관찰 결과가 전세계 다른 종의 큰 고래들에게도 이같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어트 박사는 "긴수염고래가 작을수록 힘이 더 적어 치명적인 어구나 계속되는 먹이 부족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러한 긴수염고래의 성장환경 변화가 개체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단지 긴수염고래만의 문제가 아니며 해양 포유류, 그리고 전세계의 다른 해양생물들에게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어구와 선박 운항 등 보다 강력한 정부의 관리 조치를 촉구했다. 보스턴 뉴잉글랜드 수족관의 에이미 놀튼 박사는 "북대서양 긴수염고래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선박의 속도를 줄이고 저강도 밧줄, 밧줄 없는 어구 등을 사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