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와인 마신 의사" 신고했는데…法 "진료 지장 안 줄 정도"
2021.06.07 06:00
수정 : 2021.06.07 13:03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진료에 지장 줄 정도로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면 의사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정형외과 전문의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A씨는 지난 2017년 9월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자신의 병원에서 근무를 하던 중 '의사가 응급실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경찰 신고를 당했다.
2019년 11월 보건복지부는 A씨에 대해 1개월 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 측은 "사건 당일 A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의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야간진료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큰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2017년 9월6일 야간진료를 하기 전 술을 마신 적이 없으며, 진료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며 "이 사건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매우 낮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측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가 진료에 지장을 줄 정도로 술에 취해 진료행위를 했다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진료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A씨로부터 야간진료를 받은 환자가 'A씨가 술을 마시고 진료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점, A씨와 병원 직원들이 전날 밤 함께 술을 마셔 전날 마신 술이 검출됐을 가능성, 이 사건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상당히 낮았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신고를 한 사람 또한 A씨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 사건 병원직원들도 'A씨로부터 와인을 선물받은 간호사가 와인을 개봉해 시음해 본 것이며, A씨가 직접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게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