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번엔 반려견 추모글에 ‘O’ 16개···왜 고집할까
2021.06.08 09:53
수정 : 2021.06.08 15:18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조롱 아니냐는 지적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줄기차게 미는 문구다. 가재부터 우럭, 닭새우 등 음식 사진과 함께 해당 표현을 연이어 올리더니 급기야 숨진 반려동물 추모 글에도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실비’라는 이름의 반려견 사망 사진과 함께 “우리집에 많은 사랑을 가져다 줬어.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뒤에 배치된 흰 국화꽃과 ‘2012-2021’라는 표현을 보면 장례임을 추정할 수 있다. 16자리의 ‘O’을 뒤이어 적었는데, 의미는 풀리지 않았다.
별다를 것 없는 추모지만,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이 포함되면서 논란은 가속화됐다. 반려견을 보내는 자리에서까지 해당 문구를 써야 하냐는 의문이 쏟아진 것이다. 여느 때라면 눈에 띄지 않았겠지만 정 부회장이 해당 문장 사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누리꾼들은 ‘선을 넘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전까진 재미로 봤는데 반려견 죽음에서까지 이래야 되나”, “또 미안하다 고맙다?”, “언제까지 이럴 건지..” 등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가재와 생선 요리 사진을 올리며 “오늘도 보내는 그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0000 000”라고 적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글자 수와 동일하게 공백 처리함으로써 앞서 제기된 지적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이었다. 전날에는 생선 조림 사진과 함께 “sorry and thank you”라고 영어로 썼다.
이는 지난달 25일과 26일 연이어 우럭과 가재 사진을 올리며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고 한글로 쓴 것에서 한발 물러서며 논란을 의식한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결국 같은 뜻인 탓에, 문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문구를 희화했다는 의혹은 더욱 거세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다만 이때만 해도 의견은 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에서 희생자들을 조롱할 때 해당 추모 글을 차용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들어 불순한 의도가 담긴 SNS 행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적 공간에 쓰는 본인 표현으로, 그저 확대해석일 뿐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을 뿐이라는 경계였다.
하지만 음식 사진에서 나아가 반려견 추모 글에서까지 이 표현을 고집함에 따라 불매 운동 조짐까지 포착되고 있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그래서 신세계 불매 가나?”, “이 정도면 오너 리스크 확실”, “앞으로 이마트는 안 간다”는 댓글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