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훈련하는 마음으로 '비틀쥬스' 연습… 관객들 '저 세상 텐션' 느낄수 있도록 힘 다할 것"

      2021.06.09 06:07   수정 : 2021.06.09 06: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처음 연습을 시작하고 안무를 맞춰봤을 땐 하늘이 노랗고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꾸준히 훈련된 몸이 자연스레 이야기에 동화되더라고요. 이제는 관객들에게 '저 세상 텐션'을 느끼실 수 있게할 정도로 준비가 된 것 같아요."
과거에도 그는 매번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벽을 넘어섰다. 인생에서 사반세기가 넘도록 배우 생활을 하면서 그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맞주했다기 보다 늘 넘어설 한계를 계속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수 년 전의 인터뷰 가운데서도 그는 그 벽 앞에서 "좌절도 했지만 그 벽을 통해 훈련의 기회를 얻었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또 주어진 새로운 공연, 새로운 캐릭터 앞에서 다시 그는 "힘들었고 좌절도 했지만 이것도 '훈련의 하나구나' 생각하면서 힘닿는데까지 해보겠단 마음이 생겼고, 기초부터 다시 다지면서 이젠 앞으로 체력만 어떻게든 관리하면 60살이 될 때까지 계속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비틀쥬스'의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유준상(52)이 공연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8일 기자들 앞에 나섰다. 한국 나이로 53세, 지천명을 훌쩍 넘었지만 활기찬 초동안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가모탁' 역을 맡아 다양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고 지난 봄에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프링 송'에서 주연일 뿐 아니라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는 등 종횡무진했던 그다.


언제 어디서나 나이가 무색하게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은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를 펼쳐내 유명해진 팀 버튼 감독이 1988년에 만든 초기작 영화를 바탕으로 브로드웨이에서 2년 전 재탄생 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코로나 19로 전세계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고 있는 이 때 우리나라, 서울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18일부터 올려지는 이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세계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그만큼 미국 뮤지컬의 현주소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에 놀라운 기술력이 더해져 무대가 살아움직이고 자이언트 퍼펫이 등장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공연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죽은 자 이지만 가장 '살아있는' 존재감 넘치는 저 세상의 유령이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계에서 유리한지 어언 98억년. 외로움의 나날을 보내던 괴짜 유령 비틀쥬스가 자신을 알아보는 한 10대 소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보름 전 이 작품의 온라인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처음 대본을 받아본 순간 제가 아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제 뮤지컬 인생에서 제일 신선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유준상은 "그땐 오랫동안 할 작품이 될 것이라 말했는데 연습을 계속해보니 체력적으로 오래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너스레를 뱉었다. 이어 그는 "제가 20년 넘게 무대에 있었는데 이 작품처럼 큰 벽에 부딪혀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매번 벽에 부딪히는 것 같은데 '이게 이렇게 어렵나, 지금껏 해오던 것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데 왜 힘들지'하고 느끼며 또 벽을 마주하니 다시 신인의 자세와 마음을 가지고 공연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정말 치열하게 연습했다. 제 나이 27살 때 처음으로 뮤지컬 '그리스'에서 주인공 '대니' 역을 맡아 새벽까지 연습했던 순간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초반 3주 동안에는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대사를 중얼 거릴 정도로 압박도 있고 스스로에게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그 시간 동안 캐릭터를 치열하게 분석하고 계속 반복해서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앞의 장벽이 하나씩 거둬지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지점들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유준상은 "원작의 내용을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 이 작품이 어찌 보면 망자와 유령의 세계를 통해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하는 것 같다"며 "머릿 속에 다음 영화의 주제로 '죽음'을 생각하며 고민했었는데 대본 속 작품의 메시지를 통해 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얻었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배역에 대해서는 유령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 사회와 또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선의 공통분모들, 감정은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스케줄 가운데에서도 매일 새벽 산을 오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연습실에서 후배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며 연습에 몰두하는 부지런한 배우로 유명하다. 유준상은 "'경이로운 소문' 때는 캐릭터 때문에라도 일부러 음식 조절을 하며 몸을 만들어 놓았는데 '비틀쥬스'를 연습하는 동안에는 먹을 것을 다 먹고 연습하는데도 그때보다 더 살이 빠질 정도였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며 2시간 30분짜리 공연 연습을 하니 처음엔 노래 몇분하고 춤추면 '욱'하고 올라올 것 같았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마스크가 다리에 차는 모래 주머니와 같구나' 깨닫게 되면서 '이걸 떼고 나면 나중에 훨씬 더 노래 잘 할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훈련의 시간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촉박한 연습 기간을 더욱 충실히 보내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매일 새벽 산에 가서 마음을 다스리면서 꾸준히 훈련을 하다보니 이제는 무대 위에서 신나고 가볍게 춤과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저의 대사 타이밍과 행동 하나 하나에 무대가 순식간에 바뀌는 등 지금 이 시대 뮤지컬로 보여드릴 수 있는 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공연으로 배우와 무대 장치가 한 몸이 되어야 하는 작품으로 타이밍을 잘 맞춰내는 것이 관건인 공연"이라며 "캐릭터가 소화하는 음악의 템포, 대사도 거의 랩 수준으로 두 세배 빨라서 소화하는 게 쉽지 않지만 98억년 동안 아무와 얘기할 수 없었던 주인공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그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감정과 정서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돼 있던 '비틀쥬스'라는 주인공의 모습이 바이러스를 피해 각자 고립돼 있는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1년 새 세상이 급변했지만 그 간의 마음 속 응어리를 공감하며 풀어낼 수 있는 공연이 되길 소망한다.
공연 포스터에서 강조하는 '저 세상 텐션'을 관객들이 느끼실 수 있도록 죽을 힘을 다해 무대에서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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