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중국 견제용'보고서에 '한국' 70번 넘게 언급
2021.06.09 17:44
수정 : 2021.06.09 17:44기사원문
경제매체 C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발표에서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및 필수광물, 제약 등 4가지 핵심 분야를 두고 공급망 차질 상황에서 대응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에 미 상무부와 국방부 등 주요 부처에 반도체 부족 등 핵심 자원 공급망 문제를 점검하고 100일 내로 대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바이든의 지시에 대한 결과물이다.
보고서 작성을 맡은 정부 부처들은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에서 핵심 자원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주로 반도체 생산과 건설, 교통, 농업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무역대표부(USTR)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신설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는 네오디뮴 자석 수입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지 조사하기로 했다. 네오디뮴 자석은 자동차와 국방물자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토류 자석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이 국가안보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의회 승인 없이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용했다.
아울러 에너지부는 미국 내에서 리튬 배터리 공급망을 마련하기 위한 10개년 계획을 준비하기로 했고 바이든은 주요 동맹국들의 담당자를 불러 공급망 강화 국제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인텔(30회) 다음으로 삼성전자(27회)가 많이 언급됐다. 미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5nm(나노미터) 공정의 최신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인 동시에 매출액 기준 세계 2위 반도체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보고서에는 SK하이닉스 역시 10차례 언급됐다. 백악관은 한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주로 중국을 견제할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이라는 단어와 '중국의'라는 표현이 각각 458번, 108번씩 나왔고 한국도 70번 넘게 거론됐다.
같은날 미 의회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신기술 업계를 지원하는 2500억달러(약 279조원) 규모의 미국 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핵심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대한 520억달러(약 58조원)의 지원이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37%였지만 현재 12% 수준으로 줄었다.
이날 미 상원은 과학 연구 자금 지원, 반도체 칩 제조업체 및 로봇 제조업체 보조금 지원, 미국국립과학재단 정비 등을 골자로 하는 '미국 혁신경쟁법'을 68 대 32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여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과 상원을 양분하고 있는 공화당의 경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 등 공화당 의원 1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법안이 과학 연구 분야에 대한 수십년 만의 최대 규모 투자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 "중국이 지난 수년간 우리를 합법적,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걸 지켜봤다"며 "여기에 대해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중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미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서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