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인재(人災)'

      2021.06.10 15:48   수정 : 2021.06.10 16: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사망 9명, 중상 8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사업 공사현장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건축물 철거공사 중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공사장 앞 버스정류장에 있던 시내버스를 덮쳐 일어났다.

버스 앞쪽에 있던 승객과 버스운전자 등 8명은 인도에 심어진 아름드리나무가 완충 역할을 하면서 중상을 입은 채 구조됐고, 버스 뒷편에 있던 9명은 모두 숨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광주시,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우선 사고 당시 현장 감리자가 없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저층부터 허물고 철거하다 참변...해체계획서 무시하고 강행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이사는 "감리업체는 (시행사인)재개발조합이 선정하게 돼 있고, 비상주감리로 계약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가 났을 때는 감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감리자는 사업자와 시행자 사이의 중립적 위치에서 해당 공사가 설계도대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시공 관리, 공정 관리, 안전과 환경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현장 관리감독자다.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인력이지만, 이번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철거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사고 하루 전인 8일 저층 일부를 철거하고 바로 옆에 폐자재와 토사 등으로 건물 3층 높이와 맞먹는 토산을 쌓았고, 그 위에 굴착기를 올려 9일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했다. 저층 구조가 철거로 약해진 상황에서 5층 공간을 허물다 건물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또 철거 중인 건물이 통째로 앞으로 넘어져내린 것은 철거업체가 당국에서 허가한 해체계획서와 달리 철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철거 현장 버스정류장 방치..."시민들 눌 불안했다"
철거공사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을 그대로 둔 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참변이 일어난 버스 승강장은 14개 노선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출근 시간대에는 수백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한 상가 주인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어린 학생들도 적잖이 이용하는데 왜 철거현장 바로 앞에 승강장을 그대로 뒀는지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도 "철거현장을 지날 때면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며 "도로와 인접한 건물을 부술 때는 승강장을 잠시 옆으로 옮기고 교통통제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해당 승강장을 피해 300~400m 떨어진 또다른 승강장까지 걸어서 이동해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시내버스 정류장을 임시로 옮기는 안전대책은 시공사에서 저희에게 협조 요청을 하게 돼 있다"면서 "그런데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고 당시 상황이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와 상점 CCTV 영상을 보면 사고를 당한 시내버스를 뒤따라오던 한 회사 통근버스는 사고 직전 해당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지나쳐 가면서 화를 면했다.


한편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과 함께 철저하게 사고원인을 조사해 엄정하게 조치하고 책임도 물을 것"이라며 "건설업체들의 안전불감증과 하청·감리 관련 문제가 시정되도록 정부와 국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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