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개 행보'에 현직 검사들은? "윤석열 이미 10년전부터…"

      2021.06.12 09:33   수정 : 2021.06.12 09:55기사원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1.6.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윤수희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개월이 넘는 잠행을 깨고 최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면서 검찰 안팎에서도 조심스럽게 '기대감'이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대권 도전을 묻는 질문에 "기대 내지는 염려를 제가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가 검찰총장 사퇴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지난 5일과 6일에는 현충일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과 K-9 자주포 폭발 사고 피해자,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등을 잇따라 만난 뒤 현충원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2013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윤 전 총장은 35.1%로 1위를 기록했다.

그간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을 놓고 여권에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무너뜨린다는 등의 이유로 거세게 비판해왔다. 특히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윤 총장과 갈등구도를 형성해온 추미애 전 장관은 최근 "정치검사가 바로 대권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를 그냥 악마한테 던져주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초동에선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된다. 이번 정권 들어 '해체' 수준으로 공격을 받은 검찰 조직을 다시 정상화 시켜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부장급 검사는 "검사들 각각의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검사들은 검찰의 본모습이 현재 많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제대로 본 모습을 찾기 위해선 아무래도 검찰 업무를 잘 알고 있는 분이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거듭된 직제개편으로 기존 권한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 정권 초기 국정농단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만 해도 검찰의 직접수사는 줄이되, 부패 범죄 등 특수수사 영역은 남겨야 한다는 기조였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과 추 전 장관을 거치면서 특수부는 줄어들고 형사·공판부 우대 원칙이 강조됐다. 최근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 형사부의 6대 범죄 직접 수사마저 제한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검찰 내부에선 "비판받아야 할 부분도 마땅히 있지만, 그렇다고 오랜 시간 노하우가 쌓인 수사력까지 박탈당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이를 가장 잘 대변해 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이 자신과 측근에게 의혹을 제기하며 직무정지를 했을 때도 소송까지 거치면서 물러나지 않았지만, 올해 초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반발해 사퇴했다.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지금은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총장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은 달리봐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형사사법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정치인으로서의 윤석열 행보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윤 전 총장이 애초에 정치를 계획한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같이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검사는 "검찰총장을 그만두자마자 정치행보를 걷는 것이, 원래 총장을 할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진 것 아니냐고 충분히 의심을 할 수 있다"며 "다만 같이 근무를 해본 입장에서 주변 환경이나 여건 때문에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노하우가 쌓인 부패수사가 무너진 것이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본인에 대한 (정권의) 안좋은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결국 이러한 주변 상황들이 본의 아니게 정치를 하도록 만들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 검사는 아울러 "윤 전 총장은 10년 전부터 '공정해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좌천됐을 때나, 조 전 장관 수사 때도 똑같았다"며 "그게 마치 어떤 의도를 가진 것처럼 해석되서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총장 사퇴 이후 곧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찰총장이 사퇴하자마자 정치 행보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며 "다만 그것과 별개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것은 정치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한다고 하는 것도 웃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