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빌미로 9억 가로챈 사기 전과범 2심서 '감형'…"피해액 절반 변제"
2021.06.13 07:01
수정 : 2021.06.14 10:19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결혼자금, 투자금 등을 빌미로 만난 남성에게 수억원을 가로챈 사기 전과범이 피해금액의 절반 이상을 변제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1부(부장판사 이현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약 3년간 예단비, 투자금 등을 빌미로 지인 B씨에게 약 9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실제 연인이던 부동산중개업자 C씨를 '사업가'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하도록 권유한 혐의도 받는다.
조사결과 범행 당시 A씨는 B씨와는 결혼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A씨는 결혼을 빌미로 B씨에게 돈을 받고 난 후에는 B씨와 만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년 뒤 B씨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예단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B씨가 C씨로부터 투자금을 못받게 되자, 자신을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B씨를 무고한 혐의도 있다.
1심은 "A씨는 자신보다 6살 많은 사람을 어머니라고 소개하고, 자신의 부모가 아닌 사람을 B씨에게 자신의 부모라고 소개하기도 했다"며 "A씨는 B씨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을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큰 충격을 받은 B씨와 B씨의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A씨는 사기죄로 5차례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제당시 A씨가 투자수익금 명목으로 B씨에게 돈을 보낸 점, A씨가 B씨에게 2억7000만원을 돌려준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2심은 "이 사건 범행으로 B씨와 (B씨의)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항소심에 이르러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B씨에게 총 5억원을 갚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