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자격 시험치고 청년비율 확대… 여야 혁신 경쟁 ‘시험대’

      2021.06.14 18:14   수정 : 2021.06.14 20:40기사원문
정치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정치 개혁 및 세대 교체 바람의 현실화 여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거조직으로 악용되며 '나눠먹기식 공천', '묻지마 공천'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시·도 기초의원 공천 방식의 대폭 손질을 예고한 데 대해 여당도 대대적 '물갈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내년 지방선거가 여야 혁신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가 공약한 공천자격심사제 뿐 아니라 20·30 청년세대의 공천 비율 강화,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등 여야의 정치 실험 대결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대표는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공약인 '공천자격심사제'를 내년 지방선거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하더라도 공평하게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천 심사의 대대적 개혁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공천자격심사제에 반발할 경우 공천을 주지 않겠다면서 "자격시험 또는 공개선발 등을 통해 신진정치인들이 많이 육성될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인재풀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지방의회나 국회를 보면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알지 못하고, 공천 받아 당의 힘으로 당선돼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며 "그런 부분이 바로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기초의원이 청년 등 새로운 정치인들의 등용문이 되기 보다 지역구 유지들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돼 온 점을 의식해 공천 방식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이 전면 쇄신하는 모습 없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전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지방선거 공천 방식의 개편 필요성을 공개 제안하는 등 맞불을 예고하고 있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 경쟁이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질 수 없다"며 "1년 뒤 지방선거에 공천개혁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토론배틀과 시험평가를 통한 공천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당도 개혁 경쟁에 나서야 한다"면서 "현재 기초 광역의원,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그 흔한 토론회, 연설대회 한번 없이 경선이 진행된다. 사실상 지역위원장이 낙점한 인사가 그대로 추인받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의회도 국회처럼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로 시민들의 감시가 가능한 체계로 만들고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모든 선출직에 대한 평가를 투명화·상시화해 지방의원의 실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20·30 청년 세대의 전진 배치 요구가 높아지는 등 내년 지방선거가 신진정치인을 키울 육성의 장이 돼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청년 공천비율 확대 등 공천 방식의 대폭 개편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지방선거가 대선 3개월 후 치러지는 만큼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여야 쇄신 의지가 가시적 결과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공천심사제는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 이 대표의 의지로 보인다"면서도 "지방선거 결과는 통상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에겐 기운다.
이 대표가 공천권 개편이라는 난이도 높은 과제를 어떻게 다룰 지도 숙제"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