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딸' 유기치사, 시신 사라지고…친모 "범행사실" 친부"아냐"

      2021.06.15 12:30   수정 : 2021.06.15 13:16기사원문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생후 2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모의 재판이 약 1년7개월만에 재개된 가운데 피고인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친모는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혐의를 인정하는 반면 친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친부 김모씨(44)와 친모 조모씨(42)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를 학대하거나 유기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조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다. 다만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 법률적 판단만 받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0년 10월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던 아이의 사망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2016년부터 남편과 따로 살게 된 조씨가 2017년 경찰에 자수하며 사건이 알려졌다.

조씨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의심하면서 학대를 해오던 중, 피해자가 고열에 시달렸는데도 병원에 데려가면 학대를 의심받을까 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두 사람은 아기가 숨진 뒤 시신을 포장지로 싸맨 뒤 흙과 함께 나무상자에 담고 밀봉해 집에 보관했다고 조씨는 진술했다. 조씨는 이후 김씨가 아기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했는데 아기의 시신은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2019년 1월 김씨와 조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김씨에겐 징역 5년을, 조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김씨는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선고기일은 3차례나 연기됐지만 결국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중 지난달 21일 김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노상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지명수배자인 사실을 밝혔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처음부터 재판을 다시 한다는 자세로,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떻게 왜곡됐는지 소상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씨는 "제 죗값을 받으려고 스스로 신고한 거라 다른 의견은 없고 벌을 받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의 쟁점을 '조씨 진술의 신빙성'으로 규정했다. 조씨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직접증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거짓된 내용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조씨에게 허위진술을 할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 측 변호인은 "시체를 묻는 방법 대신 굳이 나무 관을 만들어 실리콘으로 막고, 시트지로 감싸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6년간 나무관을 계속 보관했고, 그사이에 이사까지 했다고 조씨는 주장하는데 이를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조씨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거나 탄핵하기 위한 양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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