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와 B3W 사이의 韓외교술

      2021.06.15 19:52   수정 : 2021.06.16 13:53기사원문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국립대학 강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교단에 올라 신실크로드 경제벨트인 '일대일로를 구축해 공동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두 달 뒤인 그해 11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을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가 시 주석의 세계 패권을 향한 ‘중국몽’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2021년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7 국가들과 '더 나은 세계재건(B3W)'을 출범시키는 데 합의했다.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이 기반시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 골자다.
중국이 대상국가에 인프라를 미끼로 장악력을 키워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한 구상으로 평가됐다.

주요 2개국의 글로벌 정책이 8년이라는 간극을 두고 교차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저소득국 등에 자본과 기술을 제공, '다 함께 잘사는'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지만 오히려 속내는 '일대일로로 촉발'된 세계 외교 장악이고 유지다.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일대일로를 검색하면 '국가 최상위 협력 제안'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육·해상으로 묶는 거대경제권 구축 프로젝트라는 소개와 함께 역사·시간 개념, 이론적 원리·원칙, 틀의 구조 등도 구체적으로 상세히 나열돼 있다. 관영 매체가 보도하기 어려운 내용도 다수 들어가 있어 민간 기업인 바이두가 임의로 적시했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에도 일대일로와 비슷한 것이 있다. 문재인정부가 대외경제전략의 두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이다. 아세안이나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와 협력 수준을 높여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겠다는 취지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비판을 별개로 하면 양측 모두 글로벌 협력을 밑거름으로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만나면 얘기가 이상하게 흐른다. 한국 정부는 그런 적이 없다는데 중국은 한국이 일대일로 참여를 희망했다는 발표를 수시로 꺼내 놨다. 중국 정부가 없던 일을 지어냈거나 확대 해석했든지, 우리 정부가 반중정서를 고려해 숨겼든지 둘 중 하나다.

그동안은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용납이 됐다. 아직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최대 동맹인 미국이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측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균형을 맞춰왔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의견을 제시한다.

바이두의 설명을 자세히 보면 한국이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있다. 실크로드의 새로운 길로 기록된 부분이다.
바이두는 일대일로의 북쪽 A라인을 미국, 캐나다에서부터 일본, 한국을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몽골,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시켜 놨다. 중국의 청사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 여지는 남아있다.
한중 연계 협력 사업을 일대일로 연장선에 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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