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듣고 느낌 적는데 커닝을?" 극단선택 안동여고생 유족 진상조사 요구

      2021.06.16 07:27   수정 : 2021.06.16 10: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안동 여고생'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나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수행평가 시험 중 부정행위를 의심 받자 극단적 선택을 한 A양(17)의 유족들이 철저한 진상 조사와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나서면서다. 유족 측은 당일 수행평가는 부정행위를 할만한 문제가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의 유족들은 “A양이 작성한 페이퍼는 암기를 위한 페이퍼”라며 “친구들의 진술에 의하면 암기 페이퍼는 A양 뿐만 아니라 반에 있는 대부분 학생들이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영어 수행평가 문제는 부정행위를 할만한 문제도 아니었다고 학생들이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영어 수행평가 내용은 반에서 부를 팝송을 정했고, 그때 계속 언급됐던 팝송 ‘Memories’를 수행평가 문제로 채택했다. 교사가 이를 3번 들려준 뒤 빈칸에 해당 가사를 적는 문제와 팝송을 듣고 느낀 점을 3줄 이상 한 문장에 5단어 이상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작성하는 문제였다.

사전 연습으로 2주 전부터 빈칸이 뚫린 종이를 주고 연습을 시켰으며, 실제 수행평가는 연습 때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수행평가에 대해 “학생들에 의하면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자신의 감상평을 적는 거라 부정행위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A양은 마지막으로 작성한 메모에서 본인이 만든 페이퍼 내용을 수행평가 시험지에는 기재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A양은 반성문에서) 이를 보고도 믿지 않는다면 0점 처리하라고 말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첫 장 마지막에 줄에 ‘사건’이라는 단어가 있고, 두 번째 장 시작이 ‘사건경위서’라고 시작하는 것으로 판단해보면 처음에 본인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작성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은 선생의 강요에 의해 사건경위서를 다시 작성하였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인정할 수 없었던 아이가 ‘저는 이제 가치가 없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9시 55분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이 학교 인근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A양은 이날 학교에서 1교시 영어 수업 시간 중 수행평가 쪽지시험을 보다가 교사에게 부정 행위를 의심 받고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썼다.

당시 교사는 A양의 책상 안에서 영어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해 부정행위를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무실에서 반성문(사건경위서)을 쓰던 A양은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학교 밖으로 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A양의 말을 믿지 않고 친구들에게 부정행위를 한 학생으로 낙인 찍고 모멸감을 줌으로써 A양이 그동안 쌓은 모든 성과와 학교생활을 모두 부정하게 만들었다”며 “부당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내용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또 다른 요인이나 문제점은 없었는지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 및 의견을 청취하며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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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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