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부실 사모펀드 투자금 전액보상

      2021.06.16 18:32   수정 : 2021.06.16 18:32기사원문
한국투자증권이 팝펀딩 등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문제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다음 달까지 투자자금 전액을 보상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6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상품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된 사모펀드 중 이번에 전액 보상이 결정된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젠투(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이다.

이들 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806계좌, 약 1584억원이다. 이미 전액 또는 부분 보상이 진행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추가로 지급할 보상액은 약 80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1·4분기 당기순이익(3552억원)의 24%에 달하는 액수다.

정 사장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금액인 건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고 판단했다"며 "보상액 지급은 소비자보호위원회 의결 및 실무 절차 등을 거쳐 다음 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혁신금융 팝펀딩, 환매중단 왜?

한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혁신금융'이라고 치켜세웠던 팝펀딩은 홈쇼핑과 오픈마켓 등 기업의 재고 상품(동산)을 담보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돈을 빌려주는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체다. 팝펀딩 펀드는 대출채권을 양도받아 상품이 판매되면 수익을 받는 구조로 펀드 운용은 자비스자산운용과 헤이스팅스자산운용이 맡았다.

팝펀딩 펀드들은 당초 2020년 1월 차례대로 만기상환 예정이었지만 팝펀딩 업체들이 담보물 수량을 조작해 투자유치를 받는 방식으로 펀드 돌려막기를 하면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일부 업체에서 대출 연체가 발생하면서 팝펀딩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이 투자원리금 상환을 미루자 관련 상품이 대거 환매중단됐다. 팝펀딩 관련 대표와 임원들이 지난해 7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한투 등 6개 증권사가 판매한 팝펀딩 펀드 투자금은 모두 1437억원에 달한다.

■"제재심 앞두고 감경 노력인 듯"

업계에서는 한투의 이번 통 큰 배상 결정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징계 수위를 감경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이번에 전액보상 결정이 내려진 상품 10개 가운데 팝펀딩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상품은 제재심에 올라가지도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들 상품에 대해 "제재심 안건으로 올릴지 논의 단계"라고 밝혔다.

한투가 사적 화해 개념으로 손실액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배상했다는 점은 징계 수위의 감경 요소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적 화해와 검사 제재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경아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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