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가 사는 한라산 구린굴·평굴…2만년 전에 형성

      2021.06.17 10:46   수정 : 2021.06.17 10:46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금박쥐(붉은 박쥐)가 발견된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인근의 구린굴과 평굴은 한라산 용암류에 의해 약 2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 지질도 구축사업(2020~2023)의 하나로 추진된 정밀지질조사 과정에서 구린굴과 평굴은 백록담이 분출할 당시 한라산 북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용암류에 의해 약 2만년 전 형성된 용암동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 3D 스캔 통해 동굴 위치·규모 지리 정보화

한라산연구부는 이번에 한라산 북서부 일대의 야외 지질조사와 더불어 3D 스캔자료를 통해 동굴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를 지리 정보화함으로써, 용암동굴이 백록담에서 분출한 용암류와 관계된 것을 가시적으로 밝힐 수 있었다.



또 구린굴 인근의 용암류 하부에서 얻은 고토양층의 OSL연대(22.87±1.97ka), 백록담 분화구 내부 퇴적층의 방사성탄소연대(약 19ka), 백록담 분화구 내부 고토양층의 OSL연대(23±4ka) 등을 종합 해석한 결과를 토대로 용암동굴의 형성 시기를 추정했다.



조사 결과, 구린굴은 제1입구로부터 동굴을 따라 상류로 올라감에 따라 동굴의 초입부는 폭과 높이가 약 2m 이내로 비교적 좁은데 반해, 가장 상류 약 110m 구간은 폭 4m·높이 7m보다 큰 규모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굴 형태가 마치 호리병과 같은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박쥐 서식처로서 최적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스캔을 통해 구축된 3차원 자료는 한라산 동굴 박쥐 거동 등의 연구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 호리병과 같은 형태…박쥐 서식처 최적 역할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는 온대성으로 일몰 후에 활동을 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시각은 퇴화됐고, 초음파를 이용해 곤충을 사냥한다. 시간당 모기를 1000마리를 잡아먹기 때문에 이른바 ‘자연계 살충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구린굴의 하류에 있는 평굴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다. 위아래 그리고 좌우로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를 보인다. 이 같은 구조는 미로형 용암동굴의 형성과정뿐만 아니라, 용암의 흐름과정을 역으로 추적해갈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전망이다.


■ 동굴의 형성과정과 동식물 연구에 큰 도움

한라산연구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두 용암동굴의 기원지와 형성시기를 밝힘과 동시에, 3D 스캔을 통해 동굴의 형태와 규모를 정량적으로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량적 자료는 향후 동굴의 형성과정 연구뿐만 아니라, 동굴의 동·식물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창훈 한라산연구부장은 "천연보호구역이자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자연자원들이 분포하고 있다"며 "한라산연구부는 지역 기반의 연구기관으로서 이들 자연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지속 활용 가능한 미래 자연자원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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