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상폐 러시' 가시권...알트코인 '주의보'
2021.06.17 17:09
수정 : 2021.06.17 17:09기사원문
가상자산이 상장폐지될 경우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금법 사업자 신고 앞두고 코인 솎아내기 불가피
업비트, 코인빗에 이어 빗썸은 17일 4종의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을 종료(상장폐지) 하기로 하고, 2종 코인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앞서 업비트는 지난 11일 5종의 코인을 원화마켓에서 제거하기로 하고 25종 코인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인빗도 16일 8종의 코인을 상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국내 1·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코인빗이 잇따라 코인 정리를 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 관련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개정 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3개월 앞두고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솎아내기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가 지원하는 가상자산 현황 등을 참고해 사업자 신고서의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내용이 불투명하거나 부실하게 운영되는 코인에 대한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이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평가할 때 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데 이에 따르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 많을수록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결국 모든 거래소가 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라는 최종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약 3개월을 앞두고 코인 정리에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코인을 상폐하고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일은 꾸준히 있었지만 업비트가갑작스럽게 30종 코인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결국 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알트코인 비중 높아 주의해야
거래소들의 갑작스러운 코인 정리는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업비트가 원화마켓에서 제거하기로 한 페이코인(PCI)은 1100~1200원에 거래되다가 현재 600원 대로 급락했다. 빗썸에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아픽스(APIX)는 전날 47~50원에 거래됐지만 이날 24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가상자산 투자자 입장에선 이번 거래소들의 상폐 릴레이에 포함되지 않을 가상자산 종목을 골라내는 일이 중요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평균에 비해 알트코인의 비중이 높아 국내 투자자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국내 14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알트코인 비중은 81%에 달한다. 코인360 기준 글로벌 거래소의 알트코인 평균 거래액 비중 73%보다 8%P 가량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72%보다는 9%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ETH) 등 이미 검증된 대형주 외에 다른 알트코인에 투자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것 외에 마땅한 사업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도지코인(DOGE)은 지난 5월 8일 0.7376달러(약 834원)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현재는 0.3달러(약 340원) 대에 거래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트코인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들어가곤 하는데 세력한테 놀아나기 십상"이라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우량주나 최근 기술력에서 주목받는 폴카닷(DOT), 에이다(ADA) 같은 유망하고 검증된 코인들을 선별해 투자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자자 스스로 코인 선별해야
대부분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낮은 유동성과 △지지부진한 서비스 개발 △블록체인 기술력 미달 △위법성 문제 등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공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만큼 해당 필터에 걸러지지 않을 가상자산을 투자자 스스로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상장사들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반드시 공시 의무를 이행하며 실적, 지배구조 등 사업상의 주요 변화들을 업데이트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초자료들이 많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스스로 가상자산 발행 초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작성한 '백서'를 참고하거나, 비정기적으로 프로젝트가 자체 커뮤니티에 업로드하는 비즈니스 전개 소식들을 투자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총이 높은 종목들은 거래소 상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를 포함한 많은 해외 거래소에 공통적으로 상장돼 있고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이 풍부한 가상자산들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고객이 마음놓고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투자유의종목 지정 및 상폐 과정에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장 절차를 강화하고 상폐 결정 시에는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소통해 잡음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인을 상장할 때에는 물론 상폐를 결정할 때에 투자자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