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강경파 성직자 라이시 압승...중동불안 가중되나

      2021.06.20 05:30   수정 : 2021.06.20 05: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주의 성직자인 이브라힘 라이시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이란 강경파가 약 10년만에 처음으로 행정부까지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다만 비록 압승은 했지만 투표참가율이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저조해 유권자들이 이란의 제정일치 시스템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라이시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1790만표를 확보해 승리를 확정지었다. 득표율 62%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란 강경파는 2013년 개혁세력에 행정부를 넘겨준 뒤 8년만에 다시 행정부를 장악하며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으로 올라섰다.

서방과 관계를 개선하고 사회적인 규제들을 완화하는 정책들을 추진해 온 개혁세력은 이번 투표에서 참패를 맛봤다.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세력 지지자들은 이미 선거 결과가 사전 각본대로 짜여져 있다는 의구심과 함께 개혁세력을 막상 뽑아놔도 강경파와 체제 지도부의 정책들로 인해 선거에서 약속한 실용주의 노선을 밟을 수 없음이 확실해졌다고 보고 아예 투표를 보이콧했다.

게다가 국가 지도부가 최근 수주일간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주요 개혁성향 후보들의 후보등록을 막아 저조한 투표율을 더 끌어내렸다.

라이시가 이란 최고지도자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투표참가율은 48.8%로 낮았고, 라이시를 제외하면 그 어떤 후보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라이시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고위 보수주의 장군 모셴 레자이의 득표수는 340만표에 그쳐 이번 대선에서 사표 처리된 370만표보다 적었다.

전 중앙은행 총재로 이번 선거의 유일한 개혁주의 후보였던 암돌나세르 헴마티는 240만표를 얻었다.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 이란 핵협상 재개 등 중동지역 긴장 완화가 고비를 맞았지만 이란에서 개혁세력이 물러가고 강경론이 권력을 온전히 장악함에 따라 향후 중동 지역 정정불안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 주변 지역 무장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이 강화되고, 미사일 프로그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시는 그동안 당선되면 핵협상을 탈퇴한 미국을 제외한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나머지 핵협정 서명국들과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지만 강경파가 추가 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중도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마지막 핵협상에 강경파의 입김이 더 거세지게 됐다.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라이시는 이란 사법부 수장으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에 의해 경제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고위 관리 수십명을 제재대상으로 올렸다.

한편 한 개혁세력 정치인은 "라이시가 사법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는 상관에게 충실히 복종하는 한편 아랫 사람에게는 매우 엄격한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개혁주의자들은 라이시가 행정부를 장악함에 따라 이란의 경제·사회 문제들이 악화하고, 점진적인 개혁 희망도 후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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