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장인의 기술과 청년의 기발함 만나 "뭐든 만든다"

      2021.06.20 16:52   수정 : 2021.06.20 16:52기사원문

#. 류재용 장인은 등록 특허만 20여개 이상 보유한 50년 경력의 자동제어 전문가이다. 그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부드러운 소리에 매료돼 진공관 블루투스 스피커를 제작하게 됐다. 어느 날 류재용 장인을 찾아온 청년들이 있었다.

청년들은 '어보브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장인과 청년은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음향기기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눴고, 협업까지도 기획하게 됐다. 장인이 가진 진공관 기술에 청년들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결합시키자는 시도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은 진공관 스피커 'KNOT(노트)'다. 제품은 세운메이드 공모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열린 '세운메이드 기획전'을 통해 펀딩 예상 금액 173%를 웃돌며 인기를 끌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에 시작된 세운메이드는 청년 스타트업이 세운상가에 있는 기술 장인과 협업과 시제품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업 활성화 프로젝트다. 지난 3년 동안 34개 제품 제작과 펀딩을 통한 판매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장인과 청년의 협업으로 탄생한 진공관 스피커 'KNOT' 등과 같은 대표 사례가 연속해 나오면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청년과 장인 간의 '연결고리'

세운메이드의 핵심은 세운상가 일대의 기술을 가진 장인과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 창작자 간의 연결고리 역할이다.

실제 청년 창업자들을 보면 아이디어는 있는데 기술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인맥이라도 있으면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보통 청년 창업자들이 가진 인맥으로는 기술을 가진 장인을 찾기란 어렵다. 반대로 장인들은 기술은 있지만 시대가 원하는 아이디어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누구라도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과 기술을 가진 장인이 연결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탄생할 것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시도가 나오지 않았다. 청년과 장인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세운메이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연결고리 역할을 넘어 유통의 영역까지 포함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세운메이드로 만들어진 시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연결한 것이다.

지난해 세운메이드 제품 중에서 최대 성과를 올린 것은 '카세트 MP3'였다. 1020 밀레니얼 세대에겐 아날로그 감성을, 3040 청장년층에겐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는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목표금액 대비 18배(1840%)가 넘는 펀딩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또 세운메이드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제품들 대부분이 세운상가 일대에서 재료 구입과 가공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소재 구입부터 가공, 생산, 판매까지 모두 세운상가에서 가능하다는 의미다. 도심제조업의 부활이라는 세운상가 재생사업의 정체성이 세운메이드 사업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9개 제품 중 7개 펀딩 성공

올해도 세운메이드를 통해 총 9개의 시제품들이 소개됐다. 지난달 20일부터 텀블벅을 통해 제품화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선보인 9개 제품은 세운메이드 공모에 선정돼 개발한 6개 제품과 1인 가구와 2~30대 청년세대를 겨냥해 기획된 3개의 제품으로 구성됐다.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9개 제품 중에서 이미 7개가 펀딩에 성공했다.
특히 불판이 달린 1인 가구용 소반인 '불소반'의 경우 목표 금액 대비 12배(1213%)가 넘은 상태다.

오는 25일까지 세운상가 현장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기념하는 '2021 세운메이드展(전)'도 열리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메이드 각 팀의 제작사례들을 통해 세운상가군이 실질적으로 도심 창의 제조산업 혁신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과 동시에 앞으로 다양한 창작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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