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피카, 코인 상폐 진흙탕싸움에 시장 무너질라

      2021.06.21 14:58   수정 : 2021.06.21 1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최근 거래지원을 종료(상장폐지)한 '피카(PICA)' 발행사 피카프로젝트와 상장폐지 이유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의 뒷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거래소의 상장 수수료 존재 여부와 프로젝트의 무분별한 코인 발행이 공방의 대상으로 제기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잖아도 정부의 강력 단속 대상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이 이번 공방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가 언론을 통한 공방을 자제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업비트 "추가 코인발행으로 치명적 문제"

업비트는 21일 투자자 공지를 통해 "피카 프로젝트가 상장심사 당시 계획된 물량의 2.7배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유통하고 프로젝트 관련 인사가 대량 입금을 시도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상장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특정 가상자산을 상장폐지한 뒤 정문의 공지를 통해 이유를 조목조목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업비트가 문제삼은 물량은 우선 지난 3월 잔고 감지 및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에서 확인된 약 2억5000만 PICA다. 업비트가 프로젝트 측에 확인한 결과 PICA 실제 유통량은 계획된 유통량(1억2469만4429 PICA)의 약 2.7배에 달하는 3억3019만4429 PICA인 것으로 확인했다. 업비트는 "3월 26일 시가 169.73원 기준으로 약 350억원에 해당하는 가상 자산이 계획보다 추가로 부정 유통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또 프로젝트 측 인사 여러 명이 대량 입금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개인 전자지갑에 보관된 물량을 거래소 지갑에 입금한 것에 대해 업비트 측은 현금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비트는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 절차를 진행 중 프로젝트 팀이 해당 입금 시도를 포기하고 자금을 회수해 간 사례가 존재했다"고 ㅈ적했다.

업비트는 또 3월3일 5억개의 PICA가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에서 발행된 것도 문제삼았다. 이 가운데 4억개의 PICA가 1개의 BSC 주소로 입금됐으며 락업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중이라는 것이다. 업비트는 "BSC에 있는 PICA가 이더리움 체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이 경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피카 "추가 발행했으나 공지"

이에 대해 피카 프로젝트는 추가 물량을 발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피카프로젝트는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모든 유통물량을 적법하게 공지하며 유통했다"고 반박했다. 또 유통물량 변동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무법인 검토보고서를 첨부했다.

추가 물량을 발행한 배경에 대해 "백서상 적시된 2021년 하반기까지의 로드맵을 대부분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프로젝트 측은 △대규모 아트센터 설립 △피카 아트 머니 토큰 공동 구매프로젝트 △국내 대표 아티스트 기획전 진행 등을 로드맵 달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NFT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발행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측은 "백서에는 없었지만 내부 판단으로 NFT를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NFT 사업과 중국 진출, 전통옥션과의 제휴, 아티스트 확보 등에 엄청난 비용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피카 측 인사가 대규모 입금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피카 관련인이 시세에 의거해 매수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매도하지 않고 보유중"이라고 반박했다. 유통물량 변화를 업비트에 공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유통물량 관련 공시를 업비트 공시 담당자에게 요청했지만 반려됐다"고 해명했다.

피카 "업비트 마케팅비 요구" vs 업비트 "마케팅 지원일뿐"

피카는 업비트가 상장 조건으로 가상자산을 요구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피카는 "업비트에 1월16일 마케팅 물량을 제공하고 1월18일 업비트 비트코인 마켓에 상장됐으므로 누가 보더라도 상장 조건에 마케팅 물량 전송이 포함된 것이라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피카는 앞서 상장 직전 업비트가 500만PICA를 받아가 3%를 마케팅 물량으로 사용하고 97%를 보유하고 있다가 고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피카는 "상폐가 되면 코인 가치가 바닥을 치게 된다"며 "상폐 공지후 매수 후 재단 측에 전달하면 매우 적은 비용으로 대처가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업비트는 이에 대해 프로젝트 팀이 원할 경우 업비트 플랫폼을 이용해 에어드랍, 트레이딩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을 무상으로 대행해 주는 것일 뿐 상장피는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업비트는 "이벤트에 사용하고 남은 PICA를 일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매매한 사실이 없다"며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진흙탕 싸움, 산업에 도움 안돼" 우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코인 상장과 상장폐지를 둘러싼 가상자산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공방으로 일부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가상자산 업계 전체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결국 이번 공방을 지켜보는 투자자와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투명성이 떨어지고, 뒷돈이 오가는 시장으로 알게 될까 두렵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에는 건전하게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신산업을 일구려는 스타트업이 수없이 많고, 가상자산 거래소도 자체 규정을 통해 투명한 거래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공든탑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전문가도 "두 회사의 문제는 법률적으로 다투거나 중재자를 통해 해결하지 않고, 사회 전체를 향해 공방전을 벌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가상자산 시장 일부에 존재할 수 있는 무분별한 과다 코인 발행이나 상장비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적 질서를 정립하는 노력이 지금 필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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