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이준석 VS 37세 김정은

      2021.06.21 18:01   수정 : 2021.06.21 21:16기사원문
#1. 국민의힘에서 36세 이준석 대표가 뽑혔다. 얼마 전 대표 경선에서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나경원 후보를 꺾었다. 어찌 보면 여권이 더 놀랄 대사변이었다.

당·정·청 곳곳에 86세대가 실세로 잔뜩 포진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한 나비효과는 연공서열이 체질화된 보수 야당에서 가시화됐다.
청년층의 국민의힘 입당 러시가 그 일환이다. 여당의 대선 레이스도 출렁거렸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정세균 두 전직 총리 등에 비해 젊은 축인 박용진 의원(50)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3위를 차지했다. 그는 97세대(1990년대 학번·70년대생)다.

사실 '36세 0선' 제1야당 대표를 탄생시킨 주역은 중장년층 당원들이 아니었다. 당 밖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불만과 변화를 향한 열망이 결국 다수 국민 여론을 견인했다는 점에서다.

MZ세대, 즉 2030세대는 비교적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났다. 의식주 결핍이 일상적이었던 산업화 세대와는 출발선이 달랐다. 이들은 1980년대 전후 대학가의 매캐한 최루탄 냄새를 맡은 적도 없었다. 절차적 민주화가 이뤄진 뒤 성년을 맞은 까닭이다.

그러나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게 MZ세대의 불행이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고도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다. 당연히 공정의 가치에 민감하다. 그러니 이들에겐 그저 '노~력하라'는 산업화 세대의 훈계도, 민주화운동 경력을 훈장 삼아 알뜰살뜰 기득권만 챙기는 86세대의 위선도 못마땅한 것이다.

다만 2030이 모두 여성할당제 폐지나 지자체 후보 자격시험 등 '이준석표 공정'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그의 깃발이 용케 절묘한 타이밍에 나부꼈을 뿐이다. 현 정권의 무능과 내로남불에 민심은 이미 부글부글 끓던 차였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들의 행진'을 멈추라는 메시지란 얘기다.

#2.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열렸다. 37세 김정은 총비서가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했다. 그래서 '신세대 수령'답게 뭔가 실사구시적 대책을 내놓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애초 구소련의 고르바초프식 개혁(페레스트로이카)·개방(글라스노스트) 같은 신사고를 기대하긴 무리였을까. 18일 회의 폐막 때까지 북의 본질적 변화를 엿볼 단서는 찾기 어려웠다. 조선중앙통신은 그가 민생고 해결을 위한 특별명령서를 발령했다고 전했지만, 실천적 정책 대신 빈곤퇴치법을 만들라는 지령만 내린 꼴이다.

사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 북 세습정권의 원초적 딜레마다. 즉 경제를 살리려면 개방해야 하지만, 그러면 바깥세상의 진실이 전해져 독재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는 차원에서다. 김 총비서가 K팝을 '악성 암'으로 규정했다는 며칠 전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라. 그 역시 북한판 MZ세대에 미칠 한류의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방증이다.

문재인정부의 86실세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
"백신을 주겠다"느니, "초소형 모듈 원자로를 제공하겠다"느니 하며 김 총비서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인상이다. 반면 "북 정권이 인민에게 쌀이 남한에서 왔음을 밝히고 배분한다면 지원하겠다"(이준석 저 '공정한 경쟁')는 견해는 차가워 보인다.
그럼에도 남북 관계에서 북의 불공정과 '개방 알레르기'를 신물 나게 봐온 MZ세대는 후자의 손을 들어줄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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