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 때문에… 도쿄올림픽 '지구촌 방역 실험장' 되나
2021.06.22 17:50
수정 : 2021.06.22 18:21기사원문
하지만 올림픽 선수단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가 하면 올림픽 스폰서들과 '돈 문제'로 경기장 술 판매를 허용하는 등 '방역 이중잣대'가 일본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도 방역에 대한 우려로 올림픽 개·폐회식 참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 '이중잣대'… "돈 때문에"
22일 일본 정부와 조직위는 선수와 대회 관계자, 취재진 등에 대해 '버블(물방울)안에 가둔다'는 의미에서 경기장과 숙소 등 정해진 동선을 이탈할 경우 추방, 출전 자격 상실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으나, 이미 곳곳에서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IOC측이 올림픽 선수촌에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경기장에 술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회장(위원장)은 전날 경기장 내 주류 판매 문제와 관련, "고성을 억제해 안전을 실현하는 관점과 (사회의) 일반적인 룰에 근거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주에 발표될 관중 가이드라인에 술 판매 및 음주와 관련된 규정이 포함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IOC는 방역 전문가들의 '무(無)관중' 개최 제언을 묵살하고, 최대 1만명까지 경기장에 관객을 입장시키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방역 원칙이 흔들리는 배경으로는 '돈 문제'가 걸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주류를 취급하는 스폰서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아직 불명확한 상태인 음주 관련 지침이 명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폰서 기업이란, 아사히를 말한다. 아사히는 올림픽 파트너 가운데 최상위 그룹인 월드와이드 파트너(삼성, 인텔, 코카콜라 등)의 바로 다음 단계인 올림픽 골드 파트너사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이날 당내 회의에서 대회 조직위가 경기장 내 주류 판매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에 대해 "선수는 인생을 걸고 경기를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코로나 방역 조치로 긴급사태 기간, 음식점에서 술 판매를 금지했었다. 전날부터 그 아래 단계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 역시 오후 7시까지로 주류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올림픽을 하겠다고 그간 국민들에게 자숙을 요구해놓고선, 경기장에서 주류를 팔겠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다"는 등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가도쿠라 다카시는 "올림픽에서만 주류판매 예외조치를 인정한다면, 이는 정책당국의 명백한 '이중 규범'이다"라고 지적했다.
■델타 코로나 확산 우려
이미 방역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1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기간,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한번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기존 영국형 변이 코로나보다도 전염성이 훨씬 강한 인도 델타형 코로나 감염은 지난 14일 기준(후생노동성)으로 일본 전역에서 117명이 확인됐다. 이는 일본 내 전체 유전자 증폭(PCR)검사 가운데 일부에 대한 샘플 조사 결과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에 PCR검사의 40%로 변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검사 장비가 보급돼 있지 않은 지역이 있고, 전수 조사시에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일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버블 방역'과 똑같은 방식의 '코파 아메리카'(남미월드컵)가 개막했으나, 이미 선수와 코치, 호텔 숙박시설 등에서 코로나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각국 정상 참여 확정 못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사실상 불참을 공식화했다. 당초 일본 정부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렵다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방일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이 마저 불법 이민 문제 등 현안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부상한 인물이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다. 바이든 여사가 이미 이달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정상회의로 사실상 첫 외교무대 데뷔를 마쳤고,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개회식에 참석한 예가 있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일 관계 중요성을 드러낼 만한 비중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미·일 양국의 판단이라면서 "누구를 파견할지는 최종적으로 여론의 동향을 지켜본 뒤 결정될 것"이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지난 198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는 앨 고어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다. 2018년 한국의 평창올림픽 때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다.
현재까지 도쿄올림픽 참석을 확정한 정상은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도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일본 측이 올림픽에 참석해도 정상회담은 별개라는 식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 이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