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의 껌 떼고, 창틀 닦이까지"…방역도우미에 청소시킨 인천 고교

      2021.06.23 07:01   수정 : 2021.06.23 10:40기사원문
인천시교육청 전경(시교육청 제공)/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방역 활동하고 시간이 남으니깐,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하더구요."

인천 계양구 소재 A고교에서 학교방역활동 도우미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전날인 2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B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방역활동 보다는 학교 청소 위주로 일한 것 같다"며 "수능시험이 끝난 뒤, 칸막이를 제거하거나 바닥에 청테이프를 떼는 등 청소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는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시간이 남으면 학교 청소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복도나 계단, 창틀을 닦는 등 청소를 했다"고 했다.



이 학교 도우미들의 활동을 지켜본 C씨는 "도우미들이 복도 바닥에 붙은 껌을 떼거나, 방역 활동 외에 청소를 해야 했다"며 "도우미들이 왜 청소까지 해야 하는지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했다.

학교방역활동 도우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해당 사업을 추진해 총 3358명(올 3월 기준)의 학교방역활동 도우미를 고용, 지역 전 초중고교에 투입했다.

이들의 근무 시간은 주 14시간이다. 업무는 발열체크, 출입자 관리, 거리두기 지도, 일상 소독, 마스크 착용 지도 등 학교 내 일상 방역활동을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A고교 소속 도우미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규정 업무 외 학교 청소까지 요구받아 해왔다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 이 학교에서 활동 중인 도우미는 총 5명이다.

특히 이 학교에서는 지난 21일 소속 고3 학생 2명과 고2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도우미 5명은 관련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학교 측은 확진자 발생 이후 22일부터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원격수업 전환 조치했다.

도우미 5인은 원격수업 전환 관련 안내도 받지 못해 22일 학교에 출근했다. 또 코로나19 검사 안내도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인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학교 측으로부터 안내 받지 못하고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됐다"며 "다음날 원격수업 전환됐는데도, 출근해야 했고, 검사 안내도 따로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방역·소독의 범주를 청소까지 확대해 판단한 지시여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계약상 시설장이 지시하는 기타 업무 수행도 가능하다는 규정에 의거해 방역활동도우미들의 청소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더럽혀진 곳이 있으면 먼저 청소를 깨끗하게 한 뒤에 소독약을 뿌리라고 지시했다"며 "더러운 공간에 소독약만 뿌리면 방역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다"고 했다.

이어 "복도 껌 제거 등 일부 청소 업무는 도우미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위"라면서 "오히려 그 정도까지 일을 하지 말도록 말렸다"고 했다.
또 "계약서 상 사용장이 지시하는 기타 업무도 가능하도록 돼 있어서 청소 업무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도우미들이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안내를 받지 못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보건당국으로부터 검사 대상이 학교 급식도우미와 방역활동도우미까지로 안내받아 안내가 된 줄 알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도우미 측 주장이 사실인 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도우미들이 청소업무를 해서는 안되는데, 사실일 경우 관리감독 강화 등 후속 대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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