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야간근무에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2021.06.23 19:32   수정 : 2021.06.23 19: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료기관의 불규칙한 근무가 숙련된 인력의 이탈로 이어진다는 조사가 나왔다. 야간근무를 포함한 3교대제가 노동자의 생체리듬을 파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철도산업 등에서 폐지된 3교대 근무제를 의료기관에서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교대 간호사, 삶의 질 "형편없어"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47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의 3교대 근무가 생체리듬 파괴, 수면부족, 불면증, 소화불량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속근무일수 제한과 휴게시간 보장 등의 조치를 단체협약에 명시한 의료기관이 다수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족한 인력문제로 일부 인원이 휴가나 사직 등을 할 경우 대체근무자가 열악한 근무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원환자가 부족하거나 각종 검사건수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줄면 '응급OFF'란 이름으로 휴가를 강제로 부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응급OFF의 경우 황당한 사례가 많았다. 아무 예고도 없다가 출근길에 갑자기“환자가 줄었으니 오늘 나오지 마라.”“오늘 환자 없으니 출근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다시 향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환자수에 비해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당일이나 하루 전날 연락하여 근무인원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고, 환자 중증도가 낮다는 이유로 응급OFF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청남도 B지방의료원처럼 경영악화를 이유로 근무자수를 줄이면서 응급OFF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강원도 C지방의료원처럼 명절연휴에 입원환자가 줄거나 진료의사가 2일 이상 휴가를 가면 응급OFF를 부여하고 연차휴가를 소진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남권 D국립대병원의 경우 병상가동률이 50% 이하일 때 응급OFF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 교섭을 통해 응급OFF를 금지하고 있는 곳도 있고, “병동환자의 단기간 감소를 이유로 다음날 병동 근무표상 인력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곳도 있지만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수 증감을 이유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강제로 연차휴가를 소비시키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태조사 응답자들은 "본인 동의하에 변경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거나 "개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 통보하는 식"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또 "응급OFF는 온전한 OFF라 볼 수 없다" "반강제적인 연차휴가 소비 수단이 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자동차·철도산업서 폐지, 병원도 변해야

교대노동자 보호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성토한 이들도 많았다. 교대근무자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병원들이 수면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면휴가는 밤에 근무한 날이 일정 횟수에 도달하면 일정 시간 동안 휴가를 보장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에선 "누적이 아니라 월 야간근무 7개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수면휴가를 부여하고 있어 실제 적용사례가 많지 않아 수면권 보장 의미가 없다"거나 "수면휴가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근무표에 개인당 야간근무를 월 7개씩만 작성한다"는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3교대 근무제도가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산업에선 야간근무가 아예 금지되는 추세에 있고 주야 맞교대제도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개편됐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철도산업에서도 3조2교대제가 4조2교대제로 개편됐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선 기존 3교대 근무제도를 탈피해 낮 고정근무, 저녁고정 근무, 낮-저녁 근무, 낮-야간근무, 저녁-야간 근무, 야간전담, 2교대제 등 7가지 근무제를 도입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병원의 교대근무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2021년을 최악의 병원 교대근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 병원노동자들의 근무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병원측의 전향적인 접근과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