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남편 닮아가 너무 싫어' 두살 굶겨죽인 엄마

      2021.06.24 06:38   수정 : 2021.06.24 07:01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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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네 아빠 같아서 네가 너무 싫다. 네가 없었으면 좋겠다"

두 살 배기 아들이 '남편을 닮아간다'는 이유로 밥을 주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한강에 버린 친모가 재판에 넘겨졌다. 3살이던 딸은 남동생이 학대받는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두 아이의 엄마 A씨(30)가 2018년 11월 남편과 별거한 뒤 2019년 6월 비어 있던 친정엄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시작된다.

A씨는 아들 B군이 남편과 닮아가는 것 같아 자꾸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불행했던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결혼 생활 내내 경제적 문제와 육아 부담 등으로 남편과 불화를 겪었다.

A씨는 딸 C양에게 "(B군과) 같이 있는 게 싫다"거나 아들 B군에게 "너를 쳐다보는 것 자체가 싫다. 네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했다.

아들 B군의 머리 맡에 분유가 든 젖병만 둔 채 딸 C양만 데리고 외출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제대로 먹지 못한 B군은 2019년 9월 추석(12~15일) 무렵 살가죽이 드러나 광대, 등뼈가 도드라지고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울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그런데도 엄마 A씨는 아들B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3주쯤 흘러 B군의 상태가 심각해졌다. 10월7일 새벽 4시쯤 B군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발바닥이 보랏빛을 띠기 시작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기거나 119에 신고하지 않고 방치했고, 결국 2시간여 지나 아이는 숨을 거뒀다.

A씨는 아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도 사체를 집에 숨기며 완전 범죄를 꿈꿨다. A씨는 아들의 사체를 택배상자에 집어넣은 뒤 밀봉해 5일 간 방 안에 보관했다. 그러다가 딸이 "엄마,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하자 사체를 유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닷새 뒤인 10월12일 캄캄한 새벽 딸 C양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한 A씨는 B군의 사체가 든 상자를 들고 몰래 집을 빠져 나온다.

A씨는 택시를 타고 한강공원으로 이동해 잠실대교 위에서 사체가 든 상자를 던졌다. 36개월도 안 된 생명이 비정한 엄마의 손에 스러지는 순간이었다.

A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사체유기·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지난해 12월4일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은 어머니로부터 방치돼 상상하기 어려운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피해아동이 느꼈을 공포와 굶주림은 상상조차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남편과의 혼인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거나 남편에 대해 분노심을 가졌다는 등의 이유로는 범행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에게는 딸 C양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딸 C양을 예뻐했고, B군의 죽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말은 달랐다. 소아과 전문의는 "C양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B군의 모습을 목격했다.
자신도 B군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스트레스 등을 받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B군을 학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C양 역시 피고인의 학대범행으로 큰 상처를 입고, 향후 성장과정에서 이를 극복해 가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반성한다며 선처를 구했지만 2심 재판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지난달 23일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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