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中 격대지정'
2021.06.28 18:42
수정 : 2021.06.28 18:42기사원문
덩은 마오식 종신 1인 지배의 폐해를 몸소 겪은 인물이다. 그래서 권력을 잡은 뒤 이를 막기 위한 각종 장치를 고안했다. 현 최고지도자가 한 대를 건너뛰어 차차기 지도자를 후계자로 육성하는 '격대지정' 관례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7상8하', 즉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에서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하는 원칙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국가주석직 연임 임기제를 정착시키고 고위직의 젊은 피 수혈 통로를 확보했다.
그러나 5세대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마오 시대로 회귀하는 인상이다.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한 게 그 방증이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격대지정을 통해 후계자 반열에 올랐던 그가 덩의 유훈을 저버린 셈이다. 이후 뚜렷한 후계자 감이 거론되지 않은 배경이다.
시 주석은 2022년 당대회에서 69세가 된다. 하지만 그가 최소한 3연임 의지를 기정사실화하면서 '7상8하' 관행도 폐기되는 분위기다. 그는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26일 베이징 중난하이 마오의 옛 집무실을 찾았다. 그의 27년 통치 현장에서 장기집권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물론 시 주석이 걸으려는 '마오의 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우선 덩의 '도광양회'(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유지를 버리고 '중화굴기'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서구권 국가들의 견제도 만만찮다. 1당 독재에 시장경제를 접목한 중국식 사회주의가 빈부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에 따른 대중의 불만을 언론통제로 틀어막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