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령수술에 면죄부" 현직 의사들 '28억원' 국가책임 손배소
2021.06.29 17:23
수정 : 2021.06.29 17:23기사원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64개월 간 적발된 유령수술 사건만 112건이다. 개중엔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가 700건이 넘는 수술을 의사인 것처럼 수행한 사건도 포함돼 있다. 실제 확인된 유령수술만 수천 건에 이르는 것이다. 수술실CCTV 등 물증이 없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유령수술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도 제기된다.
법무부 상대, 28억원 국가손배소 제기
29일 성형외과 전문의 김선웅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 등이 법원에 법무부를 상대로 총액 28억원 상당 국가손배소 소장을 냈다. 이들은 2014년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를 진상조사하고 고발한 당사자들이다.
2017년 말까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내에 ‘유령수술 처단 특임조직’ TF팀을 구성해 활동하며 유령수술 문제를 공론화했다.
원고들은 진상조사 결과와 이후 잇따른 각종 제보 등을 통해 마취된 환자를 두고 집도의를 교체하는 공장식 유령수술이 횡행한다는 사실을 접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령수술이 횡행하는 배경에 정부의 부실대응이 있었다고 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단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지난 7년 간 범죄수술이 만연하고 있는 수술실 문제를 파헤쳐왔다”며 “사법부, 특히 검찰이 범죄수술조직들에게 불법면죄부를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원고들은 그랜드성형외과라는 ‘거대 유령수술조직’에서 벌어져온 상해·중상해죄의 증거를 내부제보자들을 통해 확보해, 2014년 10월경 유령수술조직을 상해·중상해죄로 고소고발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검찰은 상해·중상해죄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고 처분이 확정돼 유령수술조직들은 상해·중상해·살인미수·살인죄로부터 영구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령수술에 사기죄 기소 檢··· 면죄부됐나
실제 법이론은 수술이 그 자체로 상해죄를 구성하며 환자의 승낙을 받거나 직업적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상해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관련 논문도 다수인 데다, 현직 보건의약 전문 검사가 공식석상에서 유령수술은 상해죄로 처벌해야한다고 발표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문제는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유령수술 관련자를 상해죄로 기소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 있다. 사기죄를 적용한 사례도 손에 꼽는데, 외국출장을 이유로 특진환자 수술을 후배에게 맡긴 유명철 전 경희의료원장과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그랜드성형외과 사례 정도가 고작이다.
특히 그랜드성형외과 사건에선 환자 일부가 “다른 의사가 수술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살인미수 혐의로 이 병원 전 원장 유모씨를 재고발했으나 경찰은 과거 검찰이 불기소한 전력이 있다며 종결시켰다. 이에 최근 검찰에 이의신청과 함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요청이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유씨에 대한 사기혐의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의사의 직무상 일반적인 범죄유형을 벗어난 극히 반사회적(대리수술 등)”, “(이 사건 범행은) 직업윤리의식 부재로 인한 도덕적 해이의 정도가 자정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지에 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는 등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넘어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유령수술 상해죄 처벌은 검찰에서도 한창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건 유족이 기존에 기소된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대신 상해치사와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사안은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보고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검찰 내부에서 공소장 변경에 긍정적인 입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공소장이 변경된다면 한국에서 유령수술이 상해죄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