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집 값, 30여년만에 가장 가파르게 상승

      2021.06.30 05:00   수정 : 2021.06.3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집 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4월 주요 대도시 집 값 상승세가 30여년만에 가장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매월 사들이는 주택유동화증권(MBS) 규모 축소나 중단을 촉발할 수도 있어 금융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 대도시 집 값 상승률, 30여년만에 최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6월 28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 주택지수가 4월 전년동월비 14.6% 상승했다.

3월 상승률 13.3%보다도 높았다.
3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뉴욕, 샌프랜시스코, 댈러스, 마이애미 등 미 20개 대도시 지역 집값은 1년 전에 비해서는 14.9%,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6% 올랐다.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2005년 12월 이후 약 16년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리피니티브가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예상된 14.5%도 뛰어 넘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워싱턴주 시애틀이 20개 대도시 가운데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집 값 오름세를 기록했다.

주택지수를 발표하는 S&P다우존스지수의 글로벌 지수투자전략 책임자인 크레이그 라자라 상무는 "4월 상승세는 정말로 이례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라자라는 부동산 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교외지역 단독주택 수요 증가에 일부 기인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수년 동안 어쨌거나 일어났을 주택 구입 속도 증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이후 극심한 수급 불균형
미 집값은 지난해 3월 팬데믹 이후 급격히 뛰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방역에 유리한 교외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대도시 주민들의 주택 수요가 높아진데다, 연준이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제로금리를 도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덕분이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는 팬데믹 기간 주택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하고 공사 속도가 더뎌진데다, 주택자재 공급은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크게 위축되는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며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

올해초 단독주택 건축 핵심 자재인 목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급 위축과 가격 상승세는 심화됐다.

급격한 오름세 꺽일 조짐도 일부 보여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택 가격이 서서히 상승세 열기가 식을 조짐도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택 재고가 늘어나는 조짐이 보인다.

지난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5월 신축주택 판매가 1년 전보다 1만5000채 증가해 33만채를 기록했다. 5.8% 증가율이다.

지금 같은 판매 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미 주택 재고는 1월 3.6개월분에서 지금은 5.1개월분으로 증가했다.

질로의 이코노미스트 매튜 스피크먼은 "최근 주택 재고 증가는 달아오른 주택시장 열기가 한 풀 꺾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피크먼은 다만 "그러나 주택시장 수급 균형 복귀는 여전히 먼 훗 날의 일"이라면서 "게다가 조만간 집 값 상승세가 후퇴하기 시작할 것임을 시사하는 조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연준 채권매입 축소 방아쇠 되나
가파른 집 값 상승세는 연준에도 고민거리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FT와 인터뷰에서 주택 시장이 '붐과 붕괴 순환'에 접어들면 미 금융시스템이 위협받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아오른 주택시장의 예 가운데 하나로 보스턴 주택시장에서 주택 구매자들이 이것 저것 조건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매입을 결정하는 '현금 구매'가 주류가 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집을 사기가 어려운 '판매자 시장'에서는 집 주인들이 더 높은 값에 집을 팔 수 있는 '경매' 방식을 선호하고, 이 경우 은행 대출을 조건으로 붙여 뭔가 문제가 발견되면 언제든 집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정상적인 주택 구매자들은 구매 경쟁에서 탈락한다.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를 비롯한 다른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월 400억달러 규모의 MBS 구입을 재검토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는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이 축소되는 본격적인 테이퍼링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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