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대한민국 청정구역 경북 영양입니다"

      2021.07.01 12:56   수정 : 2021.07.01 13:10기사원문

【영양(경북)=조용철 기자】 한적하고 오붓한 여행이 대세인 요즘 오지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 몇 안되는 오지를 꼽으라면 경북 영양만 한 곳이 없다. 영양에서도 첩첩산중에 자리한 수비면 죽파리는 최고의 오지마을 중 하나다.

여기에 때묻지 않은 명품 숲이 숨어 있다. 수령 30년생 자작나무들이 빼곡히 자라는 국내 최대 자작나무 숲이다. 숲에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순백의 나무들이 여행객을 품는다. 영양은 어디서나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반딧불이천문대는 별 보기 최적의 장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선명한 은하수와 만나면 반갑기만 하다.


■영양이라고 쓰고 '청정'이라 읽는다

영양은 맑고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청정자연의 대명사다. 영양은 우리나라에서 밤하늘의 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가로등을 비롯한 인공적인 조명이 없다 보니 그야말로 밤은 칠흑이다. 칠흑같은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은 영양의 아름다움을 한껏 알린다. 수비면 죽파리는 영양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으로 손꼽힌다.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정착하면서 개척한 마을로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죽파(竹坡)라고 불렀다. 검마산 아래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산골마을은 골짜기가 깊기 때문에 더는 갈 수 없는 막다른 세상 같다.

이곳에 명품 자작나무숲이 오롯이 숨겨져 있다. 얼마나 오지인지 휴대폰도 먹통이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사람이 만든 인공숲이다. 산림청이 죽파리 검마산 일대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3년이다.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지난 2020년 6월 국가지정 국유림 명품 숲에 지정됐다. 자작나무숲은 청정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는 만큼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어른 걸음으로 족히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오지의 자연에 흠뻑 젖어들 무렵, 자작나무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작나무숲은 머리 위를 뒤덮은 초록 잎과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린다. 오솔길로 들어서면 온통 하얀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량한 공기를 맘껏 마시면서 오지의 매력에 빠져든다.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하얀 빛깔이 지나온 길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좀 더 차분하고 화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오지 자연의 깊은 품에 안긴 걸 실감하면서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나올 수도, 정상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다.


■반짝이는 별과 칠흑같은 밤, 반딧불이천문대

영양군 수비면 일대에 자리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반딧불이천문대는 밤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만든다. 영양 반딧불이천문대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내에 자리해 여름철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낮에는 보조관측실의 태양망원경을 이용해 흑점과 홍염을 관측한다. 밤에는 행성과 성운, 성단, 은하, 달을 관측한다. 전문 해설사가 별자리가 계절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게 변신하는지, 밤하늘의 별에 얼마나 많은 특징이 있는지 흥미진진하고 신비로운 별 이야기를 들려준다. 별자리 관측은 온 가족이 흥미롭게 즐기는 체험이다. 막상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초롱초롱한 별을 보기 위해서는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별빛 예보 확인과 천문대 예약은 필수다. 반딧불이생태공원과 반딧불이천문대는 여름 은하수와 별을 관측하는 것 외에도 반딧불이를 탐사할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영양의 밤하늘을 체험한 다음날, 금낭화·원추리·벌개미취 등 봄부터 가을까지 일월산과 주변에 자라는 들꽃을 보기 위해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에 있는 일월산자생화공원으로 향했다. 인공 연못과 수로에는 습지식물이 자라고,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일월산에서 채굴한 광물을 골라내고 제련하던 곳이다 보니 각종 독성 물질로 오염이 심했지만 2000년대 들어 오염원을 밀봉·매립하고 공원을 새로 조성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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