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국내 기업 72%, 개정 산안법 산재예방 효과 없어"
2021.06.30 13:18
수정 : 2021.06.30 13: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 예방 효과성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486개사를 대상으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대한 평가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산안법은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현행 산안법의 산재 예방 효과에 대해 조사 기업의 71.9%가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사업주(원청)에 대한 규제와 처벌 수위만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장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규정에 대해선 '원청 및 건설 공사발주자 관련 제도'(51.0%),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장관의 작업중지 명령·해제 제도'(28.1%)로 조사됐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선 근로자의 의무 규정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5.5%가 이에 대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사업주의 관리·감독만으로는 근로자 안전수칙 위반으로 인한 사고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산안법의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원·하청 간 안전관리 역할과 책임 구분을 명확히 하고,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 수칙에 대한 상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류작성·보고 절차 등 행정규제 완화, 현장 적합성을 고려한 안전보건 규정 정비, 업종·기업 규모를 고려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개선사항 관련 의견도 있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대해서는 43.8%가 반대했다.
경총은 "산업안전보건청이 전문성을 확보해 산재 예방을 지원하는 전담 기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현재와 같은 처벌 위주 정책 기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는 '처벌보다 예방 중심의 감독정책 수립'이라는 응답이 48.8%로 가장 많았다.
업종·규모·재해유형별 맞춤식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기업의 자율적 재해 예방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2.3%씩을 차지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사업주의 책임만을 대폭 강화한 전부개정 산안법은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 규정이 철저히 준수되는 기업문화가 조성되려면 안전에 대한 근로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