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성고문, 40년 이어진 고통'…5.18 진상규명 특별재심 요청

      2021.07.02 14:10   수정 : 2021.07.02 14: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5.18 당시 고문으로 죄명이 만들어져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황세연 도서출판 중원문화 대표는 최근 과거사정리를위한진상규명위회에 5.18 당시 중앙정보부의 모진 고문에 의해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고 익산시청에서 해직돼 이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2일 밝혔다.

황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1980년 7월30일 영문도 모른 채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각종 폭력과 고문을 당했다.



주먹과 발로 가해진 폭행은 기본이고 일주일 가량 잠을 제대로 재우지 않았다. 옷을 모두 벗긴 채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며 성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모진 고문 끝에 북한을 이롭게 하는 문서를 작성하고, 5.18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육군보통군법에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징역 1년으로 감형돼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황 대표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고문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당시를 떠올리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다”면서도 힘들게 설명을 마무리했다.

같은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많지만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러워 당시 기억을 묻어두고 회피하며 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사건 당시 익산군청(현 익산시청) 공무원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며 공무원 숙청이 있었고, 당시 잘못된 시정을 지적하는 자신을 윗사람들이 미워했기 때문에 중앙정보부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통은 출소 뒤에도 계속됐다. 이미 익산시청에서 해직된 상태였고, 지금까지 복직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보기관 요시찰 인물로 지목돼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정치규제대상자로 등재돼 20여 년 동안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황 대표는 현재 5.18 민주유공자로 보훈처에 등록돼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 이뤄진 일이다. 정부가 과거 강제수사와 구속 등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심한 고문을 받고 한쪽 눈을 실명해 5.18 민주유공 상이자로 등급 9급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이 사건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서도 인정하고 일부 보상했지만 평생을 살아가면서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5.18특별법에 재심을 신청한다고 해도 계엄법 관련 죄명만 재심이 이뤄지고, 다른 범죄가 고문에 의해 경합돼 덧씌워진 사안은 사실상 무죄를 입증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진상규명을 통해 5.18 관련자들의 유죄 판결에 대한 특별재심이 다시 이뤄져야한다”라며 “이것이 이번 진상규명을 요청한 취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사정리를위한진상규명위회가 검찰에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권고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에서 진상규명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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