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선키스트·제스프리…‘제즈머라이즈’로 농산물 수출 확대
2021.07.21 14:30
수정 : 2021.07.21 14: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시농협은 제주를 대표하는 농·축협이다. 특히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경제사업에 나서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으뜸복지 농협’을 구현하고 있다.
제주시농협은 총자산 2조3200억원·자기자본 1760억원으로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 전국 1118개 농·축협 중 5위권 조합
제주시농협은 특히 ‘팔방미인 농협’으로 알려져 있다. 자랑거리를 꼽으라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국 1118개 농·축협 중 하나로마트사업과 농산물공판장 공판사업 실적, 도시 농·축협 역할지수, 신용카드 이용액, 매출총이익, 당기순이익이 전국 1위다. 조합원 출자금도 지난해 2위를 기록했을 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줄곧 1위를 달려왔다.
예수금 잔액도 2조740억원이나 된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도 12번째에 해당한다. 조합원은 1만2000명이다. 전남 순천시 13개의 농협이 통합된 순천농협에 이어 2위다.
지난 4월1일 창립 45주년이 된 제주시농협의 슬로건은 ‘경청(傾聽)과 신의(信義)를 더해, 농심(農心)을 채우자’다. 2019년 3월 취임한 제15대 고봉주 조합장(62)은 조합원·고객·임직원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것을 떨쳐버리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토고납신(吐故納新)’의 지혜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농협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경청하는 자세로 지역과 함께 성장
고 조합장은 “농협의 중심은 조합원”이라며 사업정책 첫 단계부터 조합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사업별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사업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그가 늘 강조하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다. 조합원 말에 귀 기울이고, 조합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다.
고 조합장은 또 “농협은 농업인들의 지위 향상 뿐 만 아니라, 소득증대를 통한 농가경제 안정에 있다”며 “농가소득의 초석이 될 농산물종합유통센터 설립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회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지역과 더불어 상생하는 나눔경영 실천과 소통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시농협이 전국 5위권 조합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었다”며 “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판매농협’으로서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농산물 수출이다. 제주시농협은 2019년 수출 전용 브랜드로 ‘제즈머라이즈(Jesmerize)’를 개발해 수출 농산물 차별화에 나섰다. ‘제즈머라이즈’는 ‘제주(Jeju)’와 ‘매료시키다’라는 뜻의 영어 ‘메스머라이즈(Mesmerize)’를 합친 단어로 ‘제주산 농산물로 세계를 매료시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궁극적으로는 ‘제스프리(키위)·선키스트(오렌지)’ 못지않은 세계적 브랜드(생산자 조직)로 키울 각오다.
이를 위해 외국어에 능통하거나 해외 마케팅에 관심 있는 직원을 발굴해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전문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지감귤 중심이던 수출 품목도 만감류·키위류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수출사업과 연계해 지난해 도내에선 처음으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감귤류 농산물 전문생산단지’로 지정됐다.
특히 2016년 전국 최초로 ‘산지 전자경매’ 시스템을 도입해 과거 경매를 위해 육지의 대도시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운송하며 들였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생산량 증가로 판로난을 겪고 있는 레몬 재배 조합원들을 위해서는 ‘제주레몬100’이라는 레몬즙 가공제품을 만들어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제주시농협 하나로마트 노형점에는 35개 농가가 참여하는 ‘숍인숍(매장 내 점포)’ 개념의 로컬푸드 판매장도 개설했다.
■ 디지털 취약 고령층 보호 점포 증설
경제사업 추진 성과는 조합원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복지사업으로 이어졌다. 고 조합장은 “전체 조합원 중 21%수준인 2500명이 75세 이상 고령자”라며 “의료복지 혜택 중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비용 지원은 호응이 매우 커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복지 혜택 확대를 위해 한국건강관리협회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힘든 영농생활 속에도 조합원들이 활력이 될 수 있도록 조합원 행복 문화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법률·세무 전담직원을 채용해 매주 조합원 상담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점포와 일자리를 축소하는 등 '몸집 줄이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제주시농협이 지난해 신용점포 2곳(동화로지점·하나로마트금융지점)을 늘린 것도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대 원예학과(80학번)를 나온 고 조합장은 27세이던 1987년에 조합에 가입했다. 올해로 35년째다. 그는 “제주시농협이 도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1만2200명의 든든한 조합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시대를 위해 제주시농협이 맨 앞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