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받은 국가유공자... 法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적법"

      2021.07.05 06:00   수정 : 2021.07.05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음주운전 후 도주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국가유공자에 대해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라는 이유로 범행이 상쇄돼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국가유공자 A씨가 국립4·19민주묘지관리소장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학생 시절 학도호국단 학생위원장을 역임한 A씨는 4·19 혁명에 참여해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이 공로로 A씨는 지난 2010년 4월 4·19 혁명공로자로 인정됐고 건국포장을 받았다.
이후 국가유공자까지 등록됐다. 2019년에는 4·19 혁명 공로자회 고문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는 지난 1981년 8월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뇌좌상 등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는데, 당시 A씨는 현장에서 별도의 조치 없이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9%였다. 당시의 도로교통법상 허용 한도는 0.05%였는데, 8배나 높은 수치였다. 결국 A씨는 같은 해 10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5월 국립4·19민주관리소에 자신이 안장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관리소는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심의위는 지난해 6월 안장 ‘비대상’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A씨의 음주운전 전력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희생·공헌만으로 안장 대상자의 자격 요건이 있더라도 범죄행위 등 다른 사유가 있어 영예성이 훼손된다고 인정될 경우 대상에서 제외해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광범위한 심의 권한이 부여된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장 대상은 국가·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해 국민과 후손들이 충의·위훈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하지만 A씨 범행 과정 등을 볼 때 사회적·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거나 헌신·희생했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범행이 상쇄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