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 베토벤, 쇼스타코비치.. 음악으로 저항하다
2021.07.05 19:55
수정 : 2021.07.05 19:55기사원문
■하이든 '고별 교향곡' 뜻밖의 메시지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 1757년부터 20여년간 그는 100여편의 다채로운 교향곡을 남기며 고전주의의 문을 열었다. 그가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1766년부터 1775년까지의 시기는 오스트리아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 악장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런데 하이든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명성이 빈을 넘어 해외까지 높아지자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하이든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집으로 보내지 않았다. 이에 하이든은 1772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절부절하는 단원들을 위해 교향곡 하나를 작곡한다. 이 곡이 바로 그의 교향곡 45번 '고별'이다.
이 곡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단원들의 마음을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이든이 단원들의 마음을 은근히 드러낸 문제의 장면은 4악장에서 펼쳐진다. 마지막 4악장은 빠르게 시작돼 느리게 끝나는데 이 4악장에서 곡이 느려지는 순간부터 오보에와 호른, 바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이 한 명씩 퇴장하는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마침내 무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만 남게 된다. 하이든의 이 세리머니는 성공해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공연 이튿날 단원 모두에게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서울시향은 오는 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이 곡을 주제로 '2021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Ⅱ : 하이든 교향곡' 공연을 진행한다.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인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이날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외에도 100번 '군대' 교향곡,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스트라빈스키의 '카드놀이' 등이 연주된다.
■베토벤·쇼스타코비치, 위정자에 반격
'교향악의 거장'이라 불리는 악성 베토벤도 자신의 교향곡 안에 당대의 풍조와 폭정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1809년 나폴레옹이 빈을 함락할 당시 폭격 속 베토벤은 한때 자신이 지지했던 지도자에 대한 실망을 넘어 혁명에 대한 열망을 피아노 협주곡에 녹여냈는데, 이 곡이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황제'다.
'황제'는 교향악적인 스케일을 지닌 협주곡으로 웅장한 사운드와 찬란한 색채를 자랑하는 곡이다. 곡은 매우 화려하지만 외려 당시 베토벤의 생활은 경제적 궁핍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전쟁으로 인해 연금 수입은 끊겼고 그의 정서 또한 불안에 시달렸다.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은 시민혁명의 정신을 배신하고 스스로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에 배신감을 느꼈다.
20세기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독재자였던 스탈린에 대한 저항가인지, 협력자인지 후대의 평이 엇갈리기도 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교향곡 10번'에서 스탈린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느꼈을 불안과 살아남은 자의 환희를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20여년의 폭정기를 버텨낸 개인으로서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곡에 투영했다. 이 곡은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에 쇼스타코비치가 발표한 작품으로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던 지난날의 상처를 씻고 독재자에 대한 반격을 담아낸 곡으로 평가받는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서울시향 공연과 같은날인 9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두 곡을 무대에 올린다.
'왕의 두 얼굴'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러시아 출신의 미하일 아그레스트가 포디엄에 오른다. 이번 공연의 협연자로는 최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대장정을 마친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함께한다. 지휘자 아그레스트는 "나의 할아버지는 1950년대 러시아에서 종교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베리아로 유배될 뻔했고 이후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이주했다"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떤 나라는 소셜미디어에 자유에 관한 기사를 공유하거나 글을 써도 삭제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스탈린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러시아의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