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이냐 1시간이냐' 文-스가 정상회담 개최 신경전 지속

      2021.07.11 10:54   수정 : 2021.07.11 12:5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이달 중으로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한·일 양국이 조정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델타형 변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급 인사의 도쿄 방문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일본 내에서도 문 대통령의 방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스가 총리가 과거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한 강경론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 회담 자체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15분 회담이냐, 1시간 회담이냐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이 이달 23일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경우 일본 측에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했으며, 일본 정부가 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회담 성사시, 한·일 정상회담은 1년 7개월 만이며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처음이 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만일 문 대통령이 방일할 경우, 외교상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방일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수행할 전망이며, 이후 정 장관이 8월에 다시 일본을 찾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하는 일정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14~15일 양국 의회외교의 가교 역할을 해 온 김진표 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간부진이 일본을 방문, 문 대통령의 방일을 위한 사실상 환경 정비에 나선다.


현재 한·일 양국은 회담의 모양새를 놓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양국 간 현안인 징용,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15분 짜리' 단시간 회담으로 갈음한다는 입장이다. 스가 총리는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개막식 때 참석할 각국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 일정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을 포함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는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의 발언을 소개했다.

반면, 한국은 1시간 정도의 회담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과거사 문제, 북핵 해법을 놓고 약 1시간 회담을 했다. 한국은 "조건이 맞으면 가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전 총리의 평창 방문에 대한 답례 성격도 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올림픽 개회식에 출석하는 각국 정상의 한 명으로 보고 조용하게 대응할 뿐이다. 역사 문제에서 양보하면서까지 문 대통령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美확정 못하는데...스가, 운신의 폭 '제로'
외무성의 이런 발언에도 현재까지 각국 정상 중 참석이 확정된 곳은 다음 하계올림픽 개최지(2024년)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도다. 대만은 오드리 탕 디지털 담당 장관을 보내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미국은 올림픽 개막이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영부인의 도쿄행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할 '올림픽 외교'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면서, 지난 달 15일 요미우리를 필두로 산케이,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일간지와 방송들이 연일 문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방일한다고 해도, 과거사 문제나 수출규제를 둘러싼 일본 측의 '고자세'는 그대로 견지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9월에 일본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 할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설령 스가 총리에게 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다고 해도,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상태다.
잇따른 선거 패배로 자민당 내에서 총리 교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며,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와 아소파 등 주요 파벌들이 한국에 대해 강경론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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