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장투'는 옛말? '단타' 나서는 서학개미

      2021.07.11 17:16   수정 : 2021.07.11 17: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주식은 장기투자'라는 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올해 매매건수가 이번 주 안에 작년 총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지만 순매수 추이는 그에 한참 못 미치면서다.

■미국 주식 매매, 7개월 만에 작년 총합 따라잡아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올해 미국 증시에서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매매건수(매수+매도)는 총 452만8900여건에 달했다.

약 7개월 만에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매매건수(454만7700여건)를 바짝 따라잡은 것이다.

작년보다 거래가 활발해졌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순매수 건수가 69만3900여건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50만건도 안 되는 47만8000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 매매건수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매도 증가분이 매수 증가분이 앞지르면서 순매수세는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많이 사는 만큼 많이 팔았다는 의미로, 단기 차익을 노린 '단타'(단기) 매매가 작년보다 활발해졌단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량 기업 주식을 사서 장기 성장이나 꾸준한 배당을 기대하기보단 '밈 주식'(meme stock·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주식) 투자세가 커진 셈이다.

거래금 규모로 보면 단기 매매 정황은 더욱 확연하다. '1호 밈 주식'격인 게임스톱이 지난 1월 27일 하루에만 134.84% 오르면서 작년 말 대비 1600% 넘게 폭등하자 서학개미들의 '매매 시계'도 빨라진 것이다.

실제 '게임스톱 폭등'을 목격한 국내 미국 증시 투자자의 2월 누적 매매량은 1월 대비 121%나 늘었다. 작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연간·월별 누적 매매량 증가분 중 최대 규모로, 누적 매매금액(매수+매도)은 두 달 만에 800억달러를 넘겼다.

이후에도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총 매매금액은 꾸준히 커져 지난 6월 11일 이미 작년 총 매매금액인 1781억4800만달러(약 205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총 매매금액은 8일 기준 1996억5900만달러(약 229조원)로 2000억달러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전체 매매 규모는 7개월 만에 작년보다 12% 늘었지만 순매수 규모는 오히려 27% 줄었다. 작년 총 순매수액은 177억6800만달러(약 20조원)이었지만 올해 순매수액은 8일 기준 130억달러(약 15조)에 그친 것이다.

■테슬라 부진이 '단타' 부추겨
이같은 단기 매매 추세에는 밈 주식 유행뿐 아니라 테슬라 등 대형주가 부진하고 시장 주도주가 급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학개미들의 '톱픽(Top pick)' 테슬라의 지난해 수익률은 743%에 달했지만 올 들어서는 오히려 작년 말 대비 6~7%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종가 기준 최고치인 883달러에 테슬라 주식을 매매했다면 손실률은 30%대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반면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주는 메타버스, 가상자산, 밈 주식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관련 주가 역시 급등세를 보였다. 테슬라 등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보지 못한 서학개미들이 단기 매매에 나선 이유다.

다만 서학개미들이 미국 등 해외주식 단기 매매에 나설 경우 높은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매매는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신규투자자의 기존투자자 대비 투자성과가 현저히 낮은데, 이는 수익률이 높았던 부문에서의 보유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보유시점이 늦은 데다 거래회전율은 두 배 가까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개인투자자가 주식 직접투자를 통해 높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주식 단타 매매는 거래 비용이 크단 점도 유의 대상이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해외 거래 수수료는 국내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 해외주식 투자로 250만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경우 22%의 양도소득세(지방세 2%)도 붙는단 점도 투자 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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