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

      2021.07.11 18:17   수정 : 2021.07.11 18:17기사원문
얼마 전 고대 로마제국 최대 원형경기장인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지하공간이 처음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베일을 벗으니 검투사들이 대기하던 공간, 맹수를 가뒀던 우리, 이들의 이동통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게 드러났다. 죽음을 무릅쓴 검투 경기에 로마 시민들은 열광했고, 황제는 그런 관중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바로 제왕적 통치수단이었다. 검투를 빙자한 처형집행이자 귀족들을 위한 볼거리였고, 공연장이기도 했다.
어느 경기든 관중은 핵심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오는 23일 개막하는 일본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코로나19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올림픽 특수는커녕 입장권 환불액만 약 1조원이다. 스폰서도 줄줄이 취소됐다. 올림픽의 백미라 할 개막식·폐회식도 무관중으로 열린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계기로 바닥권인 스가 총리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한국도 비상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라 12일부터 2주간 4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한다. 이 기간 모든 스포츠는 무관중으로 열린다. 무관중 경기는 원래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킨 구단이나 팀·팬에게 적용하는 일종의 벌칙이다. 한국에선 지난 2007년 축구경기 중 응원단과 선수 간 폭력사태로 한 구단에 무관중 징계가 내려진 게 첫 사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1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2015년 인종 문제로 안전이 우려돼 무관중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관중이 없으면 선수들은 당최 신이 안 난다. 이는 홈경기나 원정경기 다 마찬가지다. 구단은 입장료 수익을 올릴 수 없다. 팬들도 좋아하는 팀 경기를 직접 볼 수 없다. 이렇듯 무관중 경기는 구단·선수·팬 다 손해다. 도쿄올림픽은 지난해 1년을 미뤘다.
전례없는 일이다. 올해 어렵사리 개최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엔 무관중이다.
이래저래 도쿄올림픽은 입방아에 오르게 생겼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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