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살해 동생, 범행 5일뒤 여친과 여행갔다

[파이낸셜뉴스]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친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인천 강화군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동생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김상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3일 결심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씨에게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A씨는 평소 생활태도 지적해오던 누나 B씨를 상대로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강화도에 유기했다”며 "과연 A씨가 B씨의 친동생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범행수법이 잔혹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B씨가 어머니처럼 행실을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것에 불만이 누적돼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범행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고 B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 최소한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해줬던 누나를 살해했다"며 "누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원망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재판에 참석한 A씨의 아버지는 "지금도 집에 들어가면 자식들이 반겨줄 것 같은데 이제는 반겨줄 사람이 없다"며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못난 아들이 저희 품에 빨리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A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12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함께 사는 친누나 B씨와 자신의 가출, 카드 연체, 과소비 등으로 언쟁을 벌였다. B씨가 반복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자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흉기로 B씨의 옆구리와 목, 가슴 부위 등을 30회가량 찔렀다. 이로 인해 B씨는 대동맥이 절단됐고, 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악행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B씨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보관하다가 같은 달 28일 렌터카에 싣고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유기했다. 가방을 농수로에 가라앉히기 위해 페인트통, 소화기, 배수로 덮개 등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4개월 만인 4월 21일 B씨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지난 4월 29일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그동안 B씨의 휴대폰 유심을 다른 기기에 끼워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하는 등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이를 이용해 B씨의 실종 신고를 한 부모와 경찰관을 속여 실종신고를 취하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e-mail] 김준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