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고압에 버티는 열교환기 독보적… 세계시장 노린다"

      2021.07.14 17:17   수정 : 2021.07.14 17: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전북)=강인 기자】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작지만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강소기업이 있다. 산업 현장과 생활시스템 전반에 활용되는 열교환기를 생산하는 '삼일산업'이다. 열교환기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으로 완제품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삼일산업은 14일 현재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 옌타이 지역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무만 담당하던 법인을 현지화 해 생산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해외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삼일산업의 이런 도전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큰 타격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판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中 시장 진출… 지역 강소기업

수조 원의 자본을 가진 외국 대기업과 경쟁하는 삼일산업은 규모가 작지만 오직 기술 개발에 전념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다수의 특허를 가지고 생산단가를 낮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삼일산업은 1987년 조형석 대표가 설립했다. 경기 안양에서 활동하던 조 대표는 2006년 주거래처를 따라 회사를 전주로 이전하게 됐다. 이후 국내·외 여러 기업에 거래처를 둔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용접식 판형 열교환기'에 있어 세계 최대 용량을 생산하는 전문 제조기업으로 직원수 40여 명에 연매출은 70억원이다. 전주 팔복동에 3개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일반적인 용접식 판형 열교환기는 대부분 브레이징 판형 열교환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고온·고압에 의해 열변형과 열응력에 의한 크랙에 취약하다. 대형 용량 열교환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삼일산업은 열변형과 열응력에 의한 크랙을 완전히 제거하는 자동용접 제조방식을 적용해 고온·고압에 적용 가능하고, 사용 환경과 용량의 한계가 없는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 '오직 기술력' 특허 다수 확보

내압성이 향상된 용접된 판형 열교환기 국내 특허, 판형 열교환기 전열판 적층 장치 특허, 판형 열환기용 전열판과 이 전열판의 제조 적층장치 및 방법 특허, 다수의 용접식 판형열교환기 특허 등은 기술을 중시하는 삼일산업의 자랑이다.

이 같은 기술 덕에 고용노동부장관상, 지식경제부장관상, 전북도지사상, 우수중소기업인상 등 자랑스런 상을 다수 수상할 수 있었다.

이어 연구개발과 활동을 바탕으로 국내·외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삼일산업이 현재의 안정을 찾기까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홍보기회와 판로를 찾지 못해 파산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조형석 대표는 "죽을 뻔했다. 수십억 원을 들여 8년 만에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고, 다른 업체들의 찬사도 받았는데 판매가 되지 않아 고사 위기를 겪었다. 해외시장 홍보관 운영을 위해 돈을 빌리려고 여러 곳에 문을 두드렸지만 작은 회사여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어려운 시기를 떠올렸다.

■ 신제품 개발해놓고 판로 못찾기도

조 대표는 과거 해외 선진시장 견학을 위해 한 일본 업체를 방문했다. 우연히 열교환기 제품을 봤는데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제품 개발이 시작됐다.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2008년 40억원을 투자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고 특허까지 받았다.

조 대표가 견학했던 일본 업체 관계자는 산일산업이 개발한 제품을 보고 "우리는 15년을 개발하고도 결국 포기했는데, 어떻게 제품 개발에 성공했나"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로 확보는 쉽지 않았다. 해외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려면 현지에 전시장을 만들어야 하고, 제품도 옮겨야 하는데 이런 비용이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과 일본에 전시장을 확보해 제품을 소개하자 업계 관계자와 바이어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사진기와 캠코더로 제품 구석구석을 찍어 대는 통에 나중에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촬영을 금지할 정도였다.

문제는 엄청난 관심에도 구입 주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계업계는 경영이 보수적이다. 부품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계약을 하고도 제품이 제때 납품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삼일산업이 중소기업이어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 어려울 때 손 잡아준 지역은행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외국 바이어들이 원하는 제품 성능을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 실험을 위해 실험실을 구축하는데 추가로 수억 원이 더 필요하다. 제품 개발에 모든 가용 자원을 쏟아 부은 삼일산업은 당시 여력이 없었다. 금융권과 기술보증재단에 문들 두드렸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조 대표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도 판매를 위한 과정이 순탄치 않아 답답했다. 파산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그때 손을 잡아 준 것이 전북은행이다. 당시 대출 담당자는 이틀에 한 번 삼일산업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우수한 제품을 믿고 대출 실행을 결정했지만 사실 불안했던 것이다.

조 대표는 "전북은행이 우리 회사를 살려줬다. 정말 고마운 인연이다. 지역기업과 은행이 손을 잡아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힘이 들 때는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는 기관들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지만 깨어 있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 "100년 가는 지역업체 만들겠다"

부산 출신인 조 대표는 전주에서 삼일산업을 키웠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지역 현안을 걱정하는 지역 기업가가 됐다.

조 대표는 수도권 한 기업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가 부도를 맞자 평소 자신을 신뢰했던 채권자들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무모할 만큼 단순했지만 기술 확보와 준법이 살 길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기업을 일궜다.

조 대표는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한 달 간 받았다. 세금 누락이 1원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오히려 세무공무원이 우리 회사를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는 말로 기업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 기업인을 만나면 전북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고 다닌다. 우리회사가 서울이나 경기도에 있다면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전북은 기업 찾아다니면서 지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보증기관들이 전향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제 중국시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시장 개척이) 잘 안 되도 괜찮다.
잘 될 거라는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시장을 개척한 100년이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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