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성찬에 그친 한국판 뉴딜 2.0
2021.07.14 18:00
수정 : 2021.07.14 18:07기사원문
다만 1.0이든 2.0이든 뉴딜이 뜬구름 인상을 벗지 못한 것은 아쉽다. 정부가 2.0 버전의 대표 정책으로 꼽은 청년정책을 보자. 정부는 청년의 자산형성과 주거안정을 돕고 일자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안정을 해친 주범은 역설적으로 정부다. 잦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 들어 집값은 다락같이 올랐다. 매매는 물론 전세, 월세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정부가 주거안정을 돕겠다고 내놓은 금융상품만으론 역부족이다. 그보다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청년 입장에서 열배, 백배 도움이 된다.
청년 일자리 정책도 겉핥기에 그쳤다.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등 신산업 분야에서 정부가 청년채용을 지원하는 것은 뉴딜 아니라도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청년정책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노동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 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쩔쩔 매는가.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을 꿰찬 노조가 철옹성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성문을 열지 않는 한 청년들은 밖에서 서성거리며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휴먼뉴딜 속 청년정책에는 노동개혁이 없다. 정부는 이달 안에 청년정책을 따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땐 노동시장 혁신이 꼭 담기길 바란다.
휴먼뉴딜엔 1.0 버전과 마찬가지로 전국민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거기 들어가는 돈을 누가 낼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복지를 늘리려면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한다. 당연히 증세도 따라야 한다. 고통분담은 쏙 빼놓고 복지만 내세우면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뉴딜은 돈을 쓰는 게 핵심이 아니다. 2025년까지 총사업비를 160조원에서 220조원으로 늘리는 것보다 굳은살 박인 낡은 제도를 고치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은 화려한 수사보다 손에 잡히는 규제완화가 더 소중하다. 청년은 적금·펀드보다 집값 안정과 노동개혁을 바란다.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외면한 채 광나는 일만 찾으면 뉴딜이 3.0으로 진화해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